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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21 17:09 수정 : 2018.01.21 19:07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평창올림픽이 임박하면서 한반도에서는 긴장 완화를 위해서 여러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만일 전쟁이 시작된다면 가장 큰 희생을 치르게 될 한국과 북한 양국 정부가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바로 그만둘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지만,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정치와 외교가 있다는 것을 항상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에서 사태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되는 점은 일본 정부와 미디어가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 회피 노력에 대해서 극히 회의적이고 냉소적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핵을 갖고 있는 사악한 독재국가라며, 북한이 대화에 응하는 모양새도 핵·미사일 개발을 진행하기 위한 위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일본 정부의 시각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압력을 가해야 할 뿐이라는 아베 신조 정권의 정책을 주요 미디어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만일 전쟁이 시작된다면 일본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 대비가 있을 리가 없다. 미사일 격추 시스템을 증강한다고 해도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 모두를 쏘아 떨어뜨릴 수는 없다. 내년도 예산에는 자위대에 장거리 순항미사일(순항미사일은 비행기처럼 날개와 제트엔진을 사용해 수평비행을 하는 미사일로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음.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사거리 900㎞가 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도입 추진을 공식 발표했음)을 도입하기 위한 비용이 계상된다. 이에 의해서 적기지 공격(적기지 공격은 상대의 유도탄 공격 등이 예상될 경우에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뜻. 무력은 오로지 방어만을 위해 사용한다는 ‘전수방위’ 원칙과 충돌하기 때문에 논란이 있음)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을 대상으로 적기지 선제공격을 해도 북한 미사일 전부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런 종류의 군비 증강이 일본의 안전을 높이는 것과 연결되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이 일어나면 일본에서도 백만을 넘는 사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군사 저널리스트인 다오카 ?지는 일본 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미디어를 ‘평화 바보 매파’(‘평화 바보’는 일본에서 흔히 안보 등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고 현실에서 괴리된 이상론을 비웃을 때 자주 쓰는 말. 우파가 평화주의를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론이라고 비난할 때 많이 사용하는 단어)라고 표현한다. 전쟁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전쟁 위기를 선동한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한반도에서 군사력 행사가 하나의 선택지일 수 있다. 한국에 체류하는 미군과 미국 민간인의 희생은 허용 범위 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전쟁은 있을 수 없는 선택지이며, 가까이 있는 일본도 한국과 같은 처지다. 일본의 정치 지도자는 자국의 지리적 위치를 무시하고 미국과 같은 발상으로 한반도 위기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 착오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 북한이니까 어떤 폭언을 내뱉어도 자신은 정당하다는 오만도 일본 정부에 만연해 있다. 고노 다로 외상은 국제회의에서 각국에 북한과의 국교 단절을 요청했다. 이는 외교라는 활동 그 자체를 부정하는 기묘한 발언이다. 또한 미국 국무장관에게 북한의 허술하게 만든 어선이 동해에서 조난을 당해서 여러 사망자가 나온 것은 경제제재 효과라고 말했다. 비인도적 발언이다.

한반도는 일본 정치가와 미디어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정치가들은 (거울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영웅을 보고 있는 듯하지만 거울에 비춰지고 있는 것은 북한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쳐서 자신은 정당하다고 믿어버리는 오만한 권력자이다. 곧 일본에서는 국회 심의가 시작한다. 일본의 안전과 품성을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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