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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23 18:38 수정 : 2014.06.10 08:36

일본드라마 <고잉 마이 홈>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고잉 마이 홈>

쓰보이 료타(아베 히로시)는 광고 제작자라는 번듯한 직업에,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40대 중반의 가장이다. 겉보기와 달리 그 이면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하다. 직장에서는 광고주의 비위나 맞추는 비굴한 처세법으로 겨우 버티는 중이고, 집에서는 자신보다 유능한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아내 사에(야마구치 도모코)에게 은근히 기죽어 산다. 설상가상으로 아홉살짜리 외동딸마저 잦은 이상행동으로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이 위기의 남자 앞에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이야기는 늘 그렇게 일상의 균열을 감지한 외부의 부름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고잉 마이 홈>은 각박한 도시에 얽매였던 소시민이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생의 전환기를 그린 드라마다. 2012년 후지티브이에서 방영되었으며, 세계적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방영 당시의 시청률은 화제에 비해 저조했으나, 일상의 틈에서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길어 올리는 고레에다 특유의 스타일이 일상의 양식인 드라마를 통해 더욱 빛났던 보석 같은 작품이다.

새삼스레 2년 전의 작품을 불러오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적 재난을 겪은 이들이 일상을 복구할 때 되새겨야 할 근원적 물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고잉 마이 홈>은 2011년 3월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작품 곳곳에서 그 여진을 감지할 수 있다. 료타의 고향 마을에서 펼쳐지는 댐 건설 반대 운동은 후쿠시마 원전을 둘러싼 갈등을 연상시키고, 대립 와중에 마을을 떠난 사람들로 인해 “유령도시”처럼 변한 고향을 회복하려는 이들의 수고는 대지진 이후의 복구 노력을 떠오르게 한다.

그 복구 서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소외되고 잊혀져가는 가치들에 대한 재발견이다. <고잉 마이 홈>에서 이는 ‘쿠나 찾기’라는 모험 플롯을 통해 전개된다. ‘쿠나’는 작은 생물들을 지키는 전설 속의 수호신이자, 산 자와 죽은 자를 연결해주는 요정이다. 고향으로 간 료타는 아버지가 쓰러지기 전까지 이 쿠나를 찾고 있었다는 걸 알고 처음엔 무시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 모험을 이어가며 변화하게 된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성공지향적이던 료타의 삶이 돈과 물질에 의해 지배당하는 세계라면, 쿠나가 상징하는 것은 꿈, 이상, 사랑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후자는 전자의 논리에 의해 억압당해왔다. 극중에서 아이들을 위해 쿠나의 숲을 지키자는 이들에게 “자연보호가 밥벌이가 되는 건 아니”라며 일축하는 이들의 논리는 얼마나 익숙한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나 세월호의 비극이나, 그 근본 원인에는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했던 성장과 개발의 논리가 있다.

<고잉 마이 홈>의 제목은 그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손상되기 전, 모든 거대한 것과 작은 것들이 사이좋게 공존하던 삶으로의 회귀를 뜻한다. 위기의 시기인 바로 지금이야말로 새집을 그려야 할 때라고 드라마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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