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디 어페어>
|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디 어페어>
드라마는 수영장에서 힘차게 물살을 헤치며 나아가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중년의 나이가 무색하게 잘 다져진 근육은, 그가 평소에도 꾸준히 자신을 관리해왔다는 걸 보여준다. 한 젊은 여성이 그에게 물 안에 들어가도 되는지 묻는다. 은근한 추파다. 점잖게 경계하면서도 남자의 시선만은 여자에게 오래도록 머문다.
<디 어페어>의 도입부는 남자의 자기관리와 통제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잠시 스쳐가는 여성의 눈길만으로 살짝 흔들릴 만큼 유혹에 취약한 상태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 이것은 노골적인 불륜극이다. 도입부의 주인공 노아 솔로웨이(도미닉 웨스트)와 그가 휴양지에서 만난 앨리슨 록하트(루스 윌슨), 각각의 배우자가 있는 두 남녀의 아슬아슬한 밀회가 주된 줄거리다. 유료 케이블 채널 <쇼타임>의 작품답게 수위 높은 베드신이 자주 등장하고 살인, 마약 등의 자극적 소재가 가미됐다.
그런데 이 드라마, 그렇고 그런 ‘19금’ 통속극일 것이라는 예상을 첫 회부터 배반한다. 뻔한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풀어가는 독특한 플롯 때문이다. 노아의 시점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중반부터 앨리슨의 시점으로 전환된다. 첫 만남에서 재회까지, 같은 사건이 각자의 시점에 따라 다르게 되풀이되는 점이 흥미롭다. 노아의 시점에서는 앨리슨이 먼저 그를 유혹한 것처럼 묘사되고, 앨리슨의 이야기에선 노아가 더 적극적인 유혹자로 등장하는 식이다.
이 두 시점의 이야기 위로, 현재 시점의 또다른 이야기가 존재한다. 마을에서 누군가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 비밀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플롯이 불륜극을 액자처럼 감싸고 있다. 노아와 앨리슨의 이야기는 사실 그 사건의 수사관을 상대로 한 진술과 회상의 내용이라는 것이 그 뒤에 밝혀진다. 진부한 불륜극이 범죄 스릴러 장르로 바뀌는 순간이다.
<디 어페어>의 구성은 사실 영화 <라쇼몽>의 저 유명한 다중 플롯을 연상시킨다. 동일한 사건이 여러 화자에 따라 다르게 묘사되고 그 가운데 진실이 모호해지는 구성은 이미 많은 작품들에서 차용된 바 있다. 다만 <디 어페어>의 독특한 지점은 그러한 플롯이 불륜의 복잡한 심리적 결과를 효과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 있다. 노아와 앨리슨은 열등감, 우울증, 자해 충동 등 다양한 심리적 증상을 지녔고, 둘의 외도는 그것의 신체적 외상처럼 느껴진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