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드라마 <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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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 드라마 <호킹>
요즘처럼 물리학이 대중문화의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인 적이 있었나 싶다. 천재 물리학자 킵 손의 웜홀 이론에 기반한 에스에프(SF) 영화 <인터스텔라>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또 한명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개봉을 앞두고 화제다. 특히 후자는 호킹 역을 열연한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곧 다가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거론될 만큼 크게 주목받는 중이다.
그런데 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 앞서 스티븐 호킹 역의 천재적 연기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배우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지적인 섹시미를 지닌 배우’로 평가받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세계적 인지도를 안겨준 비비시(BBC) 드라마 <셜록> 시리즈에서 괴짜 천재 탐정 셜록 홈스를 완벽하게 연기했던 그는 영화 <제5계급>에서도 위키리크스의 창립자인 천재 해커 줄리언 어산지 역을 맡으며 일명 ‘천재 전문 배우’로서의 명성을 재확인시킨 바 있다.
그 별명의 시초가 된 작품이 바로 2004년 비비시 드라마 <호킹>이다. 제목처럼 스티븐 호킹의 생애에 기초한 드라마는, 불과 스물한살의 나이에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을 진단받고, 잊지 못할 연인 제인 와일드(리사 딜런)를 만나며, ‘우주의 시초’를 증명할 논문을 완성하는, 가장 극적인 이십대 시절에 집중하고 있다. 출연 당시 그 자신도 풋풋한 이십대였던 컴버배치는 모든 대화의 결론이 물리학으로 이어질 만큼 학문에 푹 빠져 있는 열정적인 과학도이자 절망과 환희를 오가는 여린 청년의 얼굴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연기한다. 조금씩 무너져가는 신체의 움직임과 끝까지 통제력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는 연기에는 기품마저 서려 있다.
작품의 빈틈없는 구성력도 인상적이다. 낯선 잡음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곧 197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기념 방송 인터뷰로 이어진다. 수상자들의 인터뷰는 1960년대 스티븐 호킹의 주요 이야기 안에 간간이 교차 삽입되는데, 노벨상 수상의 근거라는 그 낯선 잡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인터뷰와 호킹의 이야기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가 드러나는 결말부에 이르면, 작품의 주제와 구성의 아름다운 완결성에 감탄이 나오게 된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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