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 <희망 없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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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희망 없는 자>
요즘 언론을 소재로 한 에스비에스(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가 인기다. 자극적인 언론 보도의 제물이 된 한 소방관의 비극을 시작으로, 올바른 언론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동료 소방관 아홉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무리한 화재진압의 책임자라는 누명을 쓰고 언론의 마녀사냥을 당한 소방대장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훗날 장남 기재명(윤균상)은 복수심으로 물든 연쇄살인범이 되고 차남 기하명(이종석)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는 기자가 된다.
<피노키오>를 보면서 떠오른 작품이 일본 드라마 <희망 없는 자>다. 이 드라마 역시 언론의 억측에 의해 공금횡령 누명을 쓰고 자살한 한 공무원의 아들을 중심으로 언론권력의 폐해를 고발한다. 더욱이 그 아들은 자라서 연쇄살인범과 저널리스트의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니게 됨으로써 <피노키오> 기재명과 기하명 형제의 비극을 한 몸에 압축해 보여준다. 다만 <피노키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즘 정신을 깨달아가는 기하명의 성장을 통해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면, <희망 없는 자>는 그 제목처럼 언론의 현실에 대해 더 우울하고 어두운 전망을 이야기한다.
<희망 없는 자>의 이야기는 한 언론의 특종 보도로 시작된다. 며칠 전 <나인 투 텐>이라는 영향력 있는 시사프로그램에 의해 원조교제 알선자로 보도된 여고생이 자살했다는 뉴스였다. 방송에 등장한 여고생의 남자친구 야히로 기이치로(쓰마부키 사토시)는 그녀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보도 피해자의 아픔을 극적으로 전달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곧 여러 언론을 통해 젊은 매체비평가로 맹활약하게 된다. 한편 이 사건으로 좌천당한 <나인 투 텐>의 전 진행자 나가사카 후미오(야쿠쇼 고지·사진)는 야히로에 대해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고 그의 주변을 취재하다가 어두운 진실과 맞닥뜨린다.
드라마는 나가사카가 야히로의 과거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면서 그의 숨겨진 얼굴을 밝히는 데 주력하지만 사실 그 가면 뒤에서 드러나는 진정한 초상은 언론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야히로는 보도의 희생양인 아버지의 죽음이 트라우마가 되어 세상과 언론에 대한 뒤틀린 복수심을 지닌 채 자라났고 뛰어난 두뇌와 연기력, 그리고 수려한 외모로 극적인 사연과 볼거리만을 뒤쫓는 언론의 얄팍함을 파고들어 스타로 등극했다. 야히로의 과거를 알고 있는 한 제보자의 대사처럼 그는 결국 ‘미디어가 키운 괴물’인 것이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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