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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02 18:40 수정 : 2015.10.26 17:54

일본드라마 <희망 없는 자>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희망 없는 자>

요즘 언론을 소재로 한 에스비에스(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가 인기다. 자극적인 언론 보도의 제물이 된 한 소방관의 비극을 시작으로, 올바른 언론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동료 소방관 아홉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무리한 화재진압의 책임자라는 누명을 쓰고 언론의 마녀사냥을 당한 소방대장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훗날 장남 기재명(윤균상)은 복수심으로 물든 연쇄살인범이 되고 차남 기하명(이종석)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는 기자가 된다.

<피노키오>를 보면서 떠오른 작품이 일본 드라마 <희망 없는 자>다. 이 드라마 역시 언론의 억측에 의해 공금횡령 누명을 쓰고 자살한 한 공무원의 아들을 중심으로 언론권력의 폐해를 고발한다. 더욱이 그 아들은 자라서 연쇄살인범과 저널리스트의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니게 됨으로써 <피노키오> 기재명과 기하명 형제의 비극을 한 몸에 압축해 보여준다. 다만 <피노키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즘 정신을 깨달아가는 기하명의 성장을 통해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면, <희망 없는 자>는 그 제목처럼 언론의 현실에 대해 더 우울하고 어두운 전망을 이야기한다.

<희망 없는 자>의 이야기는 한 언론의 특종 보도로 시작된다. 며칠 전 <나인 투 텐>이라는 영향력 있는 시사프로그램에 의해 원조교제 알선자로 보도된 여고생이 자살했다는 뉴스였다. 방송에 등장한 여고생의 남자친구 야히로 기이치로(쓰마부키 사토시)는 그녀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보도 피해자의 아픔을 극적으로 전달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곧 여러 언론을 통해 젊은 매체비평가로 맹활약하게 된다. 한편 이 사건으로 좌천당한 <나인 투 텐>의 전 진행자 나가사카 후미오(야쿠쇼 고지·사진)는 야히로에 대해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고 그의 주변을 취재하다가 어두운 진실과 맞닥뜨린다.

드라마는 나가사카가 야히로의 과거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면서 그의 숨겨진 얼굴을 밝히는 데 주력하지만 사실 그 가면 뒤에서 드러나는 진정한 초상은 언론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야히로는 보도의 희생양인 아버지의 죽음이 트라우마가 되어 세상과 언론에 대한 뒤틀린 복수심을 지닌 채 자라났고 뛰어난 두뇌와 연기력, 그리고 수려한 외모로 극적인 사연과 볼거리만을 뒤쫓는 언론의 얄팍함을 파고들어 스타로 등극했다. 야히로의 과거를 알고 있는 한 제보자의 대사처럼 그는 결국 ‘미디어가 키운 괴물’인 것이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희망 없는 자>는 2004년 아사히티브이 개국 45주년 특집드라마로 방영된 드라마다. 각본가인 노자와 히사시가 방영된 지 두달 만에 비극적 죽음을 맞이해 그의 유작으로 남았다. 벌써 십여년 전 드라마지만 명작가의 마지막 작품답게 언론에 대한 성찰이 생생하게 살아 있고, 그 이후 오히려 한층 상업화되고 권력화된 언론 현실 안에서 여전히 섬뜩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지난해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인 ‘기레기’였을 정도로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국내 상황에도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지는 작품이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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