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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1.16 19:03 수정 : 2015.10.26 17:52

영국 드라마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 드라마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언론인의 이상을 그린 대표적 드라마로 미국에 <뉴스룸>이 있다면, 영국에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가 있다. 세계적인 작가 에런 소킨의 작품인데다 최근 방송작인 <뉴스룸>에 비하면, 2003년 작품인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사진)의 인지도는 다소 약한 편이지만 영국 드라마 팬들에게는 필견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뉴스룸>의 전문직 드라마적 묘사에 정치스릴러적 긴장감이 더해져 대중성과 완성도를 모두 갖췄다. 할리우드에서도 일찌감치 러셀 크로, 벤 애플렉 주연의 동명 영화로 리메이크한 바 있다.

헤럴드지의 베테랑 기자 칼 매캐프리(존 심)는 백인들의 부촌에서 살해당한 흑인 소년 켈빈 스태그(그레고리 푸어맨)의 죽음을 취재한다. 그 시기 모든 언론의 관심은 정치보좌관 소니아 베이커(쇼나 맥도널드)의 사망에 쏠려 있었다. 유력 정치인 스티븐 콜린스(데이비드 모리시)와의 불륜 관계가 의심되는 미모의 보좌관 사망 사건이 훨씬 ‘잘 팔리는’ 기사이기 때문이다. 칼은 스티븐과의 친구 사이를 이용해 기사화하라는 은근한 압력도 무시하고 꿋꿋이 켈빈의 죽음을 취재하다 뜻밖에도 그것이 보좌관 사건과 연결된 사실을 알게 된다.

드라마는 같은 날 일어난 두 사건 중 거의 주목받지 못한 소년의 죽음이 떠들썩한 다른 사건의 결정적 단서로 연결되는 전개를 통해 흥미만을 좇는 언론이 놓치는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편집장 캐머런 포스터(빌 나이)는 칼의 보고를 받자 전담취재팀을 구성하고 경영주와 정부 압박에도 끝까지 버팀목이 돼준다. 취재팀 역시 기사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거창한 신념이나 정의의 수호자는 아니다. 그저 사실 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에 충실한 이들일 뿐이다. 단지 기자의 본분을 다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부조리한 현실의 이면을 밝히게 되는 것은, 기자라는 직업 자체에 근본적으로 내재된 윤리성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잊고 있는 진리다.

취재팀이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두뇌싸움을 펼치며 탐사보도의 진수를 보여주는 부분도 흥미롭다. 각자의 전문성을 활용해 단서를 얻어내고 분석하고 검증하며 진실에 접근하는 기자들의 모습은 형사나 탐정이 주도하는 수사극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정보원 활용의 달인 델라 스미스(켈리 맥도널드), 정치 전문 헬렌 프레거(어밀리아 불모어), 조사 능력이 탁월한 댄 포스터(제임스 매커보이) 등 한명의 영웅적 주인공이 아닌 팀 모두의 활약이 빛나는 점도 돋보인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무엇보다 최근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는 상황에서 언론의 자유만이 아니라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과 책임에 대한 고민까지도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취재가 진행될수록 진실이 기대했던 결과와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자 칼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단순한 스릴러적 반전의 충격을 넘어 기자로서의 인간적 고민이 배어 나와 더 가슴에 남는다. 표현의 자유와도 책임과도 점점 멀어지는 우리 언론 현실을 생각할 때 여러모로 부러운 판타지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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