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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2.13 18:45 수정 : 2015.10.26 17:50

일본 드라마 <문제 있는 레스토랑>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문제 있는 레스토랑>

한 여성이 경찰에게 끌려가고 있다. 그녀는 속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같은 시각, 찬 바람만 감도는 폐허에 가까운 옥상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모두들 다나카 다마코(마키 요코)를 찾는데 정작 그들을 초대한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오길 기다리며 초대자들은 다마코에 대한 일화를 하나씩 꺼내놓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첫 장면의 여성이 다마코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후지티브이에서 방영 중인 <문제 있는 레스토랑>은 제목만 보면 일본 드라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음식 드라마 같다. 물론 음식이 주 소재인 건 맞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야기는 따로 있다. 그저 ‘가슴 떨리도록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인 다마코는 어쩌다 경찰에 잡혀가게 된 걸까. 쾌활하고 성실한 그녀는 여성을 비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직장에서 살아남고자 버티던 중 친구가 굴욕적인 성폭력 상황을 겪고 회사를 그만둔 사연을 접하고 참았던 분노를 폭발한다. 가해자들에게 얼음 물벼락을 끼얹고 사건의 주동자인 사장에게 달려가다 경찰에게 끌려갔던 것이다.

이 시점에서 <문제 있는 레스토랑>은 진부한 음식 드라마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넘어 남성 중심적 질서를 비판하는 사회극으로 확장된다. 억울한 약자는 다마코뿐만이 아니다. 알고 보니 그녀의 옥상에 모인 모두가 성차별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이었다. 가부장적 남편에게 억압당하던 전업주부로 산젠인 교코(우스다 아사미), 도쿄대 출신 엘리트로 성적 모욕을 견디다 못해 퇴사한 다마코의 직장동료 닛타 유미(니카이도 후미), 능력 있는 파티시에임에도 여장하는 게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하이지(야스다 겐)까지, 드라마는 이들이 똘똘 뭉쳐 남성 중심 사회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문제 있는 레스토랑>의 독특한 지점이 여기에 있다. 보통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은 위로와 치유의 이야기를 지향하곤 한다. 이 드라마 역시 궁극적으로는 상처받은 이들이 시련을 극복하는 회복의 이야기에 속한다. 하지만 부드럽고 달콤한 위안의 속삭임보다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전복의 목소리가 더 크다. 음식은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열정의 대상이면서 마초 사회와 싸우는 복수의 수단이기도 하다. 폐허와도 같은 옥상에 새롭게 지어진 레스토랑은 인물들의 상처투성이 심리를 의미하는 한편 그들에 대한 사회적 장벽인 ‘유리 천장’이 없는 희망의 공간을 의미한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극본을 맡은 사카모토 유지는 1990년대 일본 트렌디 드라마를 대표하던 작가에서 근래 들어 아동학대, 왕따, 비혼모 등 사회적 이슈를 포함한 드라마로 작품 세계의 확대를 보여주고 있는 작가다. 싱글맘을 주인공으로 한 <우먼>, 아동학대와 모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아낸 문제작 <마더> 등의 작품에서 이미 여성 심리를 진지하게 다룬 바 있다. 동시에 흥행작 <최고의 이혼>에서 증명했듯 코미디에도 강하다. <문제 있는 레스토랑> 또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코믹한 색채가 가미되어 그의 대중적 균형 감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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