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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13 19:12 수정 : 2015.10.26 17:46

올해 초 <엔비시>(NBC)에서 방영을 시작한 신작 드라마 <더 슬랩>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NBC 새 홈드라마 ‘더 슬랩’

올해 초 <엔비시>(NBC)에서 방영을 시작한 신작 드라마 <더 슬랩>(사진)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끄는 부분은 캐스팅이다. 화려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도 아닌 소규모 드라마에 우마 서먼, 재커리 퀸토, 피터 사스가드, 탠디 뉴턴, 멀리사 조지 등 스크린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장르는 홈드라마지만 뺨을 내리치는 소리를 뜻하는 제목처럼 인물들 간에 언제 충돌이 빚어질지 모르는 팽팽한 긴장감이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매회 이야기를 주도하는 인물의 시점이 달라지는 형식이라든지, 전지적 작가 시점과도 같이 작품 전체를 감싸는 내레이션 장치도 인상적이다.

1회의 주인공은 헥터(피터 사스가드). 이제 막 마흔번째 생일을 맞이한 그는 직장에서도 승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로부터 떠들썩한 축하인사를 받은 것이 신호라도 되듯 그의 사십대 첫날은 빠르게 어두워진다. 상사는 그가 이번 승진에서 밀려났다고 통보하고, 집에 돌아오자 의사 일로 바쁜 와중에 남편 생일 파티까지 준비해야 하는 아내 아이샤(탠디 뉴턴)는 한껏 예민한 상태다. 우울해진 헥터는 아내의 병원 직원이자 베이비시터이며 그와 금단의 감정을 나누고 있는 십대 소녀 코니(매켄지 리)를 파티에 부른다.

드라마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바로 그 생일 파티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모와 친척, 이웃까지 스무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파티에서 흥겨운 음악은 인물들 사이의 미묘한 갈등 관계를 감추지만 곧 한 사건으로 폭발하고 만다. 사촌 해리(재커리 퀸토)가 헥터의 이웃인 게리(토머스 새도스키)의 어린 아들 휴고(딜런 숌빙)를 때린 폭행 사건이다. 표면적으로는 휴고가 휘두르는 야구방망이를 막기 위한 해리의 과잉방어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 이면에 빈부의 격차, 인종갈등 등 더 큰 맥락의 긴장관계가 작용한 결과다.

미국의 홈드라마를 흥미롭게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가정은 다문화사회이자 신자유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민낯이 축소된 공간이다. 2회로 넘어가면 이 갈등은 좀더 분명해진다. 두번째 주인공 해리의 시점을 따라 펼쳐진 이야기는 그의 폭력적 성향이 그리스 이민 가정 출신으로서 미국 주류 사회에서 성공하고자 오직 물질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가령 2회 오프닝 신에서 고급저택 안의 해리가 자신의 몸을 체계적으로 단련하는 모습은 미국 사회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자기계발 이데올로기를 체화한 그의 현주소를 한눈에 드러낸 장면이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8부작인 <더 슬랩>은 앞으로도 연하 남자친구와의 연애와 미국 쇼비즈니스 업계에서 경쟁을 치르느라 지쳐가는 아누크(우마 서먼), 헥터의 아내 아이샤 등 다른 주요 인물들의 시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 와중에 해리의 폭행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인물들의 어두운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는 중심 줄거리도 흥미롭다. 미국 홈드라마 장르의 스펙트럼을 확인하고 싶은 이들과 멋진 배우들의 연기 조합을 감상하고픈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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