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 드라마 <발레 슈즈>
최근 방영을 시작한 <한국방송2> 수목극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한동안 보기 어려웠던 여성 중심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작품이다. 재밌는 것은 60대인 강순옥(김혜자)에서부터 40대인 김현정(도지원)과 김현숙(채시라), 그리고 20대 정마리(이하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모두 동시에 또 한번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연령대에 상관없이 사랑과 우정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배우고 고민하며 성장하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여성은 가장 빛나는 시절로서의 소녀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산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소녀 시절의 눈부신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그려낸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발레 슈즈>다. 2007년 영국 방송 <비비시>에서 티브이 영화로 방영된 이 작품은 피는 섞이지 않았으나 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한 명의 성인 여성과 세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92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에 소녀들의 성장담이 따스하게 그려져 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고아가 된 실비아 브라운(에밀리아 폭스)은 화석수집가인 삼촌 매슈(리처드 그리피스)와 함께 산다. 시간이 흘러 실비아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고 화석수집가인 삼촌이 여행을 떠나면서 맡기고 간 세 명의 고아를 맡아 키우게 된다. 아기들 역시 외모도 개성도 다양한 소녀들로 자라난다. 첫째 폴린(에마 왓슨)은 배우를 꿈꾸는 미소녀가, 둘째 페트로바(야스민 페이지)는 기계와 비행기에 관심이 많은 씩씩한 소녀가, 막내 포시(루시 보인턴)는 춤에 재능이 많은 무용 꿈나무가 된다.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여러 시련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자매애로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실비아와 소녀들의 모습은 여성 성장담 특유의 위로와 공감을 전달한다. 특히 자신이 고아가 됐을 무렵의 나이로 성장한 세 자매를 보면서 그때와 똑같은 외로움이나 아픔을 느끼지 않게 하려는 실비아의 노력과 고민이 인상적이다. 젊은 나이에 세 아이를 책임지느라 자신을 돌볼 겨를이 별로 없던 그녀가 뒤늦게 찾아온 사랑의 감정에 설렘을 느끼는 모습도 어린 소녀들 못지않게 풋풋하다.
이 여성들의 성장담을 관통하는 것은 꿈이다. 여성들의 꿈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시대적 한계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내 가슴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소녀들의 성장담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한없이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지만 발끝으로 설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발레 슈즈는 그와 같은 소녀들의 성장담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상징이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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