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오드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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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오드 커플>
지난해는 미국의 걸작 시트콤 <프렌즈>가 방영 20주년을 맞은 해였다. 뉴욕에 거주하는 여섯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프렌즈>는 1994년 방영을 시작해 2004년 10시즌까지 이어가는 동안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문화현상으로까지 자리잡은 전설적인 작품이다. 미국에서 20주년을 기념해 문을 연 주인공들의 아지트 ‘센트럴 퍼크’ 커피숍이 수많은 방문객들로 북적였다는 사실은 여전히 이 작품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2015년 신작 드라마 가운데 이 많은 팬들에게 가장 반가운 작품이 <오드 커플>(CBS)일 것이다. <프렌즈>의 주인공 중 하나인 챈들러를 연기했던 매슈 페리의 최신작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프렌즈> 이후 매슈 페리는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왔지만 대부분 초라한 결과를 맞곤 했다. 그럼에도 이번 <오드 커플>이 새삼 기대를 모은 것은 마치 챈들러의 우울한 중년판을 보는 듯한 내용 때문이다.
매슈 페리가 연기하는 오스카 매디슨은 유명 스포츠쇼 진행자 겸 작가다. 근래 아내와 이혼한 그는 방종에 가까울 정도로 자유로운 독신 생활을 만끽하는 중이다. 어느 날 여자와 술이 끊이지 않는 오스카의 아파트에 대학 시절 친구 펠릭스 엉거(토머스 레넌)가 찾아온다. 펠릭스는 사랑하는 아내로부터 막 이혼 통보를 받고 절망에 빠져 있었다. 오스카는 ‘이혼이 인생의 끝은 아니’라고 격려하며 그에게 자신의 아파트에 머물 것을 제안한다. 두 중년남의 동거는 이렇게 시작된다.
<오드 커플>은 제목처럼 이혼이라는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는 이 기묘한 커플의 관계에 집중한다. 제멋대로 사는 게으름뱅이 오스카와 섬세하고 깔끔한 펠릭스의 동거가 첫날부터 삐걱대는 것은 당연지사다. 생활습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두 사람의 갈등은 서로의 숨기고픈 내면을 폭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오스카는 펠릭스에게 아내의 변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라고 공격하고, 펠릭스는 오스카야말로 전처에 대한 그리움을 술과 여자로 달래는 것이라고 정곡을 찌른다.
그리고 싸움의 끝은 언제나 둘 다 상처 입고 외로운 중년이라는 공감의 확인으로 마무리된다. 오스카와 펠릭스 둘 다에게서 마치 모니카에게 이혼당하고 중년의 위기를 맞이한 챈들러의 십년 뒤 모습이 저렇지 않을까 하는 인상을 받는 이유다. 챈들러와 조이의 우정 못지않게 뜨거운 둘의 유대감과 냉소적인 말투 속에 상처를 감춘 오스카를 소화하는 매슈 페리의 연기도 친근한 느낌을 준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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