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4.10 19:26
수정 : 2015.10.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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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연애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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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연애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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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연애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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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라는 제목은 2006년 에스비에스(SBS)에서 방영된 드라마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 드라마는 성인 남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박연선 작가의 극본, 영화감독 한지승의 감각적이면서도 절제된 연출, 뮤지션 노영심의 서정적인 음악, 그리고 배우 손예진과 감우성의 깊이있는 감정연기가 어우러진 멜로의 걸작으로 호평받았다. 최근에는 연극으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올해 2분기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일본 <엔티브이>(NTV)의 <연애시대>도 내용은 동일하다. 두 작품이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극본가 노자와 히사시가 1996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국내에서 먼저 드라마로 각색했고, 정작 현지에서는 올해에야 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원작소설부터가 연애문학상을 수상한 연애소설의 수작이어서 약 20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자체는 여전히 흥미롭다.
드라마의 첫 장면은 에토 하루(히가 마나미)와 하야세 리이치로(미쓰시마 신노스케)가 함께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 둘을 기억하는 매니저는 결혼기념일 축하 인사를 건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 밖이다. 둘은 이미 2년 전에 결별한 사이라는 것. <연애시대>는 이처럼 이혼한 뒤에도 결혼기념일을 챙기는 엉뚱한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 드라마도 방영 당시 부제가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였다.
서로 감정을 숨긴 채 싸우고 화해하며 다시 오해하고 뒤늦게 진심을 깨닫는 하루와 리이치로의 이야기는 여느 로맨스의 공식과 그리 다르지 않다. 다만 그들이 이미 이혼한 부부라는 점이 둘의 사랑을 어른들의 성장 드라마로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둘은 누가 봐도 이상한 현재의 관계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유예기간’이라 여기고, 하루의 부친은 둘이 너무 닮아서 서로를 동일시하기에 ‘혼자일 때는 제대로 된 어른이지만 함께 있으면 아이처럼 싸우게 되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하여 둘에게 두 번째의 연애는 진정한 어른이 되는 과정과도 같다.
이제 막 첫 회를 방영한 시점에서 앞으로 보여줄 내용이 더 많은 작품이긴 하나 일본판 <연애시대>는 국내 작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성장 서사 부분이 다소 가볍게 느껴진다. 국내판에서는 원작소설처럼 문학적인 내레이션을 통해 두 주인공의 고민과 갈등이 세밀하게 그려진 데 비해 일본판은 둘의 로맨스에 더 집중하고 있는 탓이다. 하루와 리이치로가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경쾌한 톤으로 그리는 일본판은 쿨한 로맨틱 코미디에 더 가까운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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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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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래 <연애시대>는 달달한 제목과 달리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상처와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두 주인공 사이에는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라는 상처가 가로놓여 있다. 그 아픔은 결별의 원인이 되지만 결국에는 둘을 화해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고통에 대한 직면, 그 상처에 대한 공감과 이해 없이 인간은 성숙하지 못한다는 것을 체감하고 싶다면 국내판 <연애시대>를 한 번 더 보는 것도 좋겠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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