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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17 18:51 수정 : 2015.10.26 17:43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 드라마 <더 미씽>

한 중년 남자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간절하게 묻고 있다. “혹시 이 사진 속 아이를 보셨습니까?” 남자의 얼굴은 절망 그 자체다. 이 남자, 토니 휴즈(제임스 네즈빗)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8년 전, 영국인 부부 토니와 에밀리(프랜시스 오코너)는 다섯 살 난 아들 올리버와 함께 프랑스로 휴가를 온다. 그들은 도중에 차 고장으로 샬롱뒤부아라는 작은 마을에 머물게 되는데 평소 조용하던 이곳은 때마침 2006월드컵에 진출한 프랑스대표팀을 응원하느라 축제 분위기다. 그날 저녁 갑자기 올리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프랑스에서 영국인이 실종되자 전국적 관심이 쏠리고 경찰은 유괴 가능성을 언급한다. 떠들썩하던 마을 분위기는 순식간에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 찬다.

지난해 <비비시>(BBC)에서 방송된 드라마 <더 미씽>은 한 소년의 실종 사건과 그를 되찾으려는 아버지의 끈질긴 추적을 그린 수사극이다.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은 보통의 수사 장르물과 달리 철저히 실종자 가족의 심리에 집중한다는 데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과의 싸움을 통해 수사관의 시점에서 추리의 묘미를 이끌어내거나 가족의 사적 복수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보다 사랑하는 이의 실종이 미치는 심리적 파장에 초점을 맞춘다.

올리버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고 담당 형사도 퇴직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토니는 지금까지도 긴 추적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의 삶은 8년 전 그 시간에 멈춰 있으나 그사이 많은 것이 바뀐다. 아내와는 헤어졌고 직장도 그만둔 채 사건에만 매달리다가 점점 폐인처럼 변한다. 그를 동정하던 주변인들마저 등을 돌린다. 여기에 이르면 ‘더 미씽’이란 제목은 올리버의 실종만이 아니라 토니가 잃어버린 삶의 모든 가능성을 의미하게 된다.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를 유연하게 오가는 구성으로 가족이 함께 있을 때의 행복했던 시절과 일상이 파괴된 오늘을 대조시키며 토니의 비극을 한층 두드러지게 한다. 정교한 퍼즐처럼 치밀하게 짜인 플롯은 미스터리물로서의 쾌감에도 기여하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토니 가족이 어쩌다 저렇게 변화했는지를 더 궁금하게 만들고 그 아픔에 다가가게 만든다. 어린이 실종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다루는 수사물의 윤리적 고민이 느껴지면서도 그로 인해 더욱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무시무시한 흡인력까지 발휘한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보면서 세월호 참사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실종자 소식에 애태우며 참사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가족들의 모습 위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정보 하나라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토니 부부의 절박한 모습이 겹쳐진다. 현재의 토니에게 “8년이나 지났으니 과거를 보내주어야 할 때”라며 이젠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마을 시장의 말은 또 어떤가. 극중 토니를 돕는 베테랑 형사 줄리앙(체키 카리오)의 말은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 사건은 모두에게 비극이었죠)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쨌든 삶은 계속됩니다. 하지만 휴즈씨는 아닙니다. 그가 원하는 건 진실입니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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