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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22 19:55 수정 : 2015.10.26 17:40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닥터 린타로>

일본 드라마 <닥터 린타로>
올해 일본 2분기 드라마 가운데 최고의 화제작 두 편은 기무라 다쿠야와 사카이 마사토, 두 특급배우가 각각 주연을 맡은 <아임 홈>과 <닥터 린타로>(사진)다. 특히 <닥터 린타로>는 <한자와 나오키>의 대히트 이후 국민배우 반열에 올라선 사카이 마사토가 속편 출연을 미루면서까지 선택한 작품이라는 데서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인기 작가 나카조노 미호가 극본을 맡고, 아오이 유우의 색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내용을 보면 얼마 전까지 국내 드라마계를 휩쓸었던 정신질환 소재 드라마들이 떠올라 친근하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고자 하는 정신의학 드라마라는 측면에서는 에스비에스 <괜찮아 사랑이야>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한 해리성 정체감 장애 환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문화방송 <킬미, 힐미>가 연상된다. 여기에 주인공이 소속된 대학병원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도 양념처럼 곁들여진다.

딱히 신선할 것 없는 이야기에 활기를 더하는 것은 주요 캐릭터들의 매력이다. 주인공 히노 린타로(사카이 마사토)는 “정신분석은 공감의 과학”이며, 정신질환은 “마음의 개성”이라 주장하는 정신과 전문의다. 의사이기 전에 똑같은 인간으로서 환자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이해하려는 마음 따뜻한 인물이지만 정작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이성을 빼앗는 일시적인 정신질환’과 같다고 이야기하는 냉철한 면모도 보인다. 그런 린타로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물은 신바시 제일의 게이샤 유메노(아오이 유우).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는 묘한 분위기의 이 여성은 린타로의 인생을 한순간에 뒤흔든다.

이 개성적인 인물들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 특히 그 인상적인 표정이다. 사카이 마사토 특유의 우는 듯 웃는 얼굴은 정의롭고 강인하면서도 어둡고 깊은 상처를 감추고 있는 린타로 역에 두터운 입체감을 부여하고, 아오이 유우의 순수한 도화지 같은 얼굴은 여리고 침울한 아키라와 속물적이고 독한 유메노의 이중인격을 오가며 드라마에 극적이고 신비로운 향기를 불어넣는다. 진부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사랑 이야기는 두 배우의 독특한 매력 덕에 생기를 얻는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나카조노 미호의 작가적 개성 또한 <닥터 린타로>가 단순한 ‘감성 힐링 로맨틱 드라마’를 넘어서게 하는 힘이다. 한국방송 <직장의 신>으로 리메이크되면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대표작 <파견의 품격>처럼 전문직업의 세계 안에 사회적 시선을 유연하게 녹여내기로 유명한 작가의 특징은 <닥터 린타로>에서도 성과주의에 물든 직장문화 속에서 소외당하는 직원,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잘 드러난다. 첫 회에서 젊은이들의 사망 원인 1위로 자살과 우울증을 거론했던 텔레비전 대담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병을 이 시대의 사회적 질환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시선은 이 작품을 일본만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를 위한 공감의 드라마로 그려내고 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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