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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19 19:39 수정 : 2015.10.26 17:38

미국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드디어 이번주다. 지난해 최고의 미국 드라마 중 하나이자 가장 탁월한 수사물로 격찬받은 <트루 디텍티브>가 현지 시간으로, 오는 일요일 두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비록 첫 시즌의 투톱 주역인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와 우디 해럴슨은 없지만 작가 닉 피촐라토가 창조한 이 작품의 고유한 개성에 매료되었던 팬들은 그가 또 어떤 세계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여전히 기대가 크다. 그 특유의 분위기야말로 이 작품이 진화한 수사드라마로서 평단의 호평과 대중적인 성공을 동시에 거둘 수 있었던 힘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주류 수사드라마들이 주로 충격적인 반전, 빠른 전개 속도, 주인공의 특이한 직업이나 전문 분야 등으로 눈길을 끌어왔다면, <트루 디텍티브>는 그 같은 진부한 관습을 모두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 작품은 극 중 대사로 “뭉그적대며 써내려가는 탐정소설”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느릿하고 진득하게 전개되며 반전의 충격효과가 아니라 서서히 숨통을 짓누르는 긴장감으로 시청자를 몰입시킨다. 결말도 다음 시즌을 위해 흔히 ‘깜짝 엔딩’이라 부르는 자극적 장면 대신 여운을 남기되 그 자체의 완결적인 이야기로 마무리 지었다.

주 내용은 루이지애나 경찰국 강력반 파트너였던 러스틴 콜(매슈 매코너헤이)과 마틴 하트(우디 해럴슨)가 17년에 걸쳐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이 사건을 독특한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간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적 배경에, 두 주인공이 번갈아가며 과거 사건을 진술하는 대화 형식이며, 진술과 과거의 재연 화면이 종종 엇갈리기까지 한다. 이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문득 이러한 방식이야말로 형사들의 지난한 수사 과정과 일치한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이 작품이 수사물로서 제시하는 또 다른 관점의 본질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누가 범인인가’ 이전에 ‘형사란 어떤 존재인가’에 관한 물음이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연쇄살인사건을 매개로 한 형사 탐구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시점의 문답 형식이 실은 과거의 사건보다 ‘러스틴 콜이 어떤 형사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러한 주제는 한층 명확해진다. 사건보다 더 큰 미스터리의 중심이 될 정도로 러스틴은 흥미로운 캐릭터다. 작가 닉 피촐라토는 그의 문학적 스승인 레이먼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정서와 러브크래프트의 공포·환상적 성격을 이 인물에 압축해놓았다. 그 결과 러스틴은 천재적인 수사 실력에 냉소적이고 건조한 이성적 태도와 약물 중독 후유증으로 환각을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지니게 됐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요컨대 <트루 디텍티브>가 이 분열적이고 복합적인 인물의 느리고도 끈질긴 수사를 통해 그리고자 하는 것은 결국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시대의 진실은 늘 권력과 같은 외부적 힘에 가려져 있고 왜곡되기도 쉽다. 인간은 ‘자아라는 환상 아래 휘둘리는 피조물’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렇기에 ‘끊임없이 가치 판단을 하면서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보는 러스틴의 가치관은 이 모호한 진실의 시대에 형사로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다 보고 나면 드라마의 제목을 계속 곱씹게 되는 이유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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