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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03 18:51 수정 : 2015.10.26 17:37

미국 드라마 <더 포스터스>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더 포스터스>

“오늘 우리는 평등을 향한 여정에 큰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지난달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문장이다. 말 그대로 역사적인 날이었다. 인권운동사에 거대한 획을 긋는 이 판결에 대해 많은 분석과 논평을 쏟아낸 언론에 의하면 여기에는 동성결혼에 대한 여론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유명 연예매체 티브이라인(tvline)은 발 빠르게 ‘티브이 속 동성결혼 베스트’ 특집을 마련해 이러한 변화에 일조한 작품들의 명장면을 되짚어보기도 했다. 동성결혼이 등장한 최초의 드라마 중 하나인 <로잔느 아줌마>를 비롯해 <프렌즈>, <글리> 등 유명 쇼들의 기념비적 장면들이 새삼 재발견됐다.

그 가운데 특별히 <더 포스터스>를 언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극중의 동성결혼이 또 하나의 역사적 판결인 2013년 결혼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 위헌 판정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결혼을 남녀의 법적 결합으로 정의하는 이 차별적 법안이 개인의 자유권을 박탈하는 근본적 결함을 지녔다고 지적하며 ‘오늘의 큰 발걸음’에 디딤돌을 놓은 바 있다. <더 포스터스>는 바로 이 위헌 판결 이후 티브이에서 동성결혼을 묘사한 첫 작품이다.

주인공은 피부색이 다른 레즈비언 커플 스테퍼니 포스터(테리 폴로)와 리나 애덤스(셰리 사움). 법적 혼인관계는 아니어도 누구보다 서로 사랑하며 입양 자녀들을 함께 양육하는 어엿한 부부다. 드라마는 이 두 여성을 공동 가장으로 하는 포스터 가족의 삶 안에 인종, 성적 지향, 페미니즘 등 다층적인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며 다양성 사회 미국의 이상을 상징하는 ‘모던 패밀리’의 초상을 그려나간다. 그들은 다른 가족들과 똑같은 고민을 통과하지만 늘 대화하고 토론하며 가족공동체로서의 책임을 나눠 진다.

이상의 절정은 스테퍼니와 리나의 결혼식 에피소드다. 그들에게도 결혼식을 앞두고 한 차례의 위기가 다가오는데 언제나처럼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대화함으로써 이겨낸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아버지의 동성애 혐오가 내면화된 목소리를 느낀 스테퍼니는 그에게 이 결혼을 백퍼센트 지지하는 게 아니라면 올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한 단계 성숙해지고, 경찰인 스테퍼니의 근무환경이 못 미더웠던 리나는 “당신과 결혼할 거라면 당신의 모든 것과 결혼할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마침내 결혼식 날, 신부를 신랑에게 건네주는 아버지 대신 둘의 자녀들이 축복의 노래를 헌사하고 행복하게 춤추는 포스터 가족 위로 달콤한 발라드도, 경쾌한 댄스곡도 아닌 독특한 힙합곡이 흐른다. 마초적인 힙합 신의 동성애 혐오를 비판한 가사로 주목받은 매클모어의 ‘세임 러브’다. “어떤 법도 우릴 바꿀 순 없어. 우리가 스스로를 바꿔야 해. 어떤 신을 믿든 우린 같은 곳에서 왔어. 두려움을 걷어내면 그 안엔 모두 같은 사랑이지.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따뜻하지.” 동성결혼 합헌에 대한 기쁨을 무지개처럼 장식했던 문구가 떠오른다. 결국엔 사랑이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었다. 러브 윈스(Love Wins).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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