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더 포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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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더 포스터스>
“오늘 우리는 평등을 향한 여정에 큰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지난달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문장이다. 말 그대로 역사적인 날이었다. 인권운동사에 거대한 획을 긋는 이 판결에 대해 많은 분석과 논평을 쏟아낸 언론에 의하면 여기에는 동성결혼에 대한 여론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유명 연예매체 티브이라인(tvline)은 발 빠르게 ‘티브이 속 동성결혼 베스트’ 특집을 마련해 이러한 변화에 일조한 작품들의 명장면을 되짚어보기도 했다. 동성결혼이 등장한 최초의 드라마 중 하나인 <로잔느 아줌마>를 비롯해 <프렌즈>, <글리> 등 유명 쇼들의 기념비적 장면들이 새삼 재발견됐다.
그 가운데 특별히 <더 포스터스>를 언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극중의 동성결혼이 또 하나의 역사적 판결인 2013년 결혼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 위헌 판정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결혼을 남녀의 법적 결합으로 정의하는 이 차별적 법안이 개인의 자유권을 박탈하는 근본적 결함을 지녔다고 지적하며 ‘오늘의 큰 발걸음’에 디딤돌을 놓은 바 있다. <더 포스터스>는 바로 이 위헌 판결 이후 티브이에서 동성결혼을 묘사한 첫 작품이다.
주인공은 피부색이 다른 레즈비언 커플 스테퍼니 포스터(테리 폴로)와 리나 애덤스(셰리 사움). 법적 혼인관계는 아니어도 누구보다 서로 사랑하며 입양 자녀들을 함께 양육하는 어엿한 부부다. 드라마는 이 두 여성을 공동 가장으로 하는 포스터 가족의 삶 안에 인종, 성적 지향, 페미니즘 등 다층적인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며 다양성 사회 미국의 이상을 상징하는 ‘모던 패밀리’의 초상을 그려나간다. 그들은 다른 가족들과 똑같은 고민을 통과하지만 늘 대화하고 토론하며 가족공동체로서의 책임을 나눠 진다.
이상의 절정은 스테퍼니와 리나의 결혼식 에피소드다. 그들에게도 결혼식을 앞두고 한 차례의 위기가 다가오는데 언제나처럼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대화함으로써 이겨낸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아버지의 동성애 혐오가 내면화된 목소리를 느낀 스테퍼니는 그에게 이 결혼을 백퍼센트 지지하는 게 아니라면 올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한 단계 성숙해지고, 경찰인 스테퍼니의 근무환경이 못 미더웠던 리나는 “당신과 결혼할 거라면 당신의 모든 것과 결혼할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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