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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10 18:36 수정 : 2015.10.26 17:35

대만드라마 <연애의 조건>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대만드라마 <연애의 조건>

요즘 에스비에스(SBS)에서 방영 중인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이 화제다. 대만 로맨스 드라마의 최고작 중 하나로 손꼽히며 국내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연애의 조건>(원제 ‘아가능불회애니’)을 리메이크하여, 원작과 여러모로 비교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의 조건>은 2011년 방영된 대만 드라마 중 제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완성도까지 인정받아 그해 대만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금종상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남녀주연상 등 주요 부분의 상을 휩쓸기도 했다.

이를 각색한 <너를 사랑한 시간>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 위치한 두 남녀의 길고도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그린 원작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원작보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영상 안에 담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특유의 애틋한 정서는 재현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같은 방송사에서 주말극으로 방영중인 또 하나의 리메이크 드라마 <심야식당>이 비판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사실 로맨스 장르에서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야기 자체는 흔하디흔한 설정이다. 시청자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15년 동안 ‘절친’으로 지내온 청유칭(린이천·임의신)과 리다런(천보린·진백림)이 각자 다른 연애와 실패를 경험하면서 결국 먼 길을 돌아 둘만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연애의 조건>이 호평받았던 이유는 그 뻔하고 진부한 로맨스 안에 관계에 대한 두려움, 자아와 성장에 대한 생각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

특히 캐릭터의 매력이 컸다. 청유칭, 리다런 모두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가족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학창시절의 사연 등을 차근차근 풀어내며 캐릭터의 기초를 튼튼히 쌓은 덕에 실제 우리 주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생동감이 느껴지고 그들의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 가까운’ 관계에도 설득력이 생긴다. 똑똑하고 당찬 청유칭이 직장에서의 성공과 달리 연애에서는 실패를 거듭하며 자아가 너무 강한 것이 아닌가 고민할 때 친구 리다런이 ‘넌 특별한 존재이니 누구에게도 억지로 맞춰줄 필요는 없다’고 우정 어린 격려를 보내주는 모습은 남자 주인공을 판타지 속의 왕자님으로 포장하기에만 급급한 로맨스 드라마들이 꼭 참고해야 할 점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원제인 ‘아가능불회애니’는 “널 사랑할 리 없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홀어머니와 여동생 등 소위 기 센 여성들 틈에서 자라 비슷한 캐릭터의 여성들과는 사귀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리다런이 청유칭의 그 당찬 성격에 사로잡힌 뒤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같았던 문장인 동시에 ‘남녀 사이에 과연 우정이 가능한가’라는 오랜 질문에 대한 반어적 답변이기도 하다. 청유칭과 리다런의 성숙한 로맨스는 그 모범답안을 보여준다. 좋은 연인은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는 것을.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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