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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24 19:42 수정 : 2015.10.26 17:34

일본 드라마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

올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명단에는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포함해 두 명의 일본인이 선정됐다. 다른 한 명은 정리 전문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다. 정리법에 관한 획기적인 철학을 보여준 대표저서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의 힘이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영역판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국내에는 2012년,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으로 번역되어 이미 화제가 된 바 있다.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은 바로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은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지만, 여성들의 치열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데 장기가 있는 작가 와타나베 지호가 이번에도 여성들의 드라마로 잘 각색해냈다. 다만 이 작품은 치열하다기보다 원작의 따뜻한 정서를 담아낸 위로와 치유의 이야기다. 쇼핑몰 고객상담사로 일하는 후타코타마가와 가오루(나쓰나)는 직장에서 늘 주눅들어 있고 연애 사정도 그리 순탄하지 못하다. 가오루의 이러한 삶은 난지도를 방불케 할 정도로 어지러운 집 안 풍경에 압축되어 있다.

어느 날, 한 정리전문회사 광고를 본 가오루는 회사 대표이자 ‘정리의 마법사’인 노리타 마키코(나카마 유키에)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주장하는 정리의 개념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상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녀는 먼지를 치우는 청소와 정리의 의미를 구별하며, 정리란 “자신의 인생이나 과거를 매듭짓는 것”이라 주장한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가오루도 그녀의 말에 따라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만나게 된다.

드라마는 “단순한 공간정리법이나 수납법에서 벗어나 ‘설렘’이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물건과 나 사이의 관계를” 재설정하며 결국 정리를 삶에 대한 성찰의 힘으로 발전시키는 원작의 핵심철학을 그대로 따라간다. 낡고 오래된 것은 금세 가치를 잃고 마는 ‘신상’의 시대, 효용이 다하면 곧바로 버려지는 일회용의 세상에서 사물들의 진정한 ‘사용가치’를 깨닫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가치도 재발견하게 되는 것이 바로 ‘정리의 마법’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노리타 마키코를 만난 뒤 불합리한 직장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가오루, 과거에 집착하느라 쓰레기 저택에 갇혀 살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노년의 여성, 버림받은 상처를 극복하고 스스로 정리의 힘을 배워가는 어린아이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가운데 그 ‘정리의 마법’과 치유의 기적이 동시에 일어나는 드라마다. 보고 나면, 집 안 곳곳에서 먼지 쌓여가던 오랜 물건들을 꺼내 일일이 인사하고 새롭게 정돈하고 싶어진다.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과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찾기 위해서는 먼저 정리를 해야 한다”는 노리타 마키코의 말처럼.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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