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해협을 건너는 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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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해협을 건너는 바이올린>
올해는 광복 70주년인 동시에 한일수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해다.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과의 복잡미묘한 역사적 관계를 보여주는 기념비적 해인 셈이지만,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색되어 있다. 이 사이에서 가장 고민이 많은 이들은 재일한국인이다. 최근 일본 내에서도 공공연한 테러와 과격 혐오시위로 물의를 일으키는 혐한 단체들의 주공격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이들이다.
불과 십여년 전만 해도 재일한국인 사회의 분위기는 밝았다.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재일한국인이 한류 붐과 함께 대중문화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인권 개선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2001년, 재일청소년의 삶을 다룬 <고>(Go)가 일찍이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던 일본 영화계에서는 한류 열풍에 더 탄력을 받아 <박치기>, <플라이, 대디, 플라이> 등 재일한국인을 주인공으로 다룬 작품들을 연이어 내놓았고, 드라마 쪽에서는 2004년, 민간 티브이 사상 최초로 재일한국인이 주인공인 작품이 두 편이나 등장했다.
그중 한 편이 바로 <해협을 건너는 바이올린>이다. 개국 45주년을 맞은 후지티브이가 구사나기 쓰요시, 간노 미호, 오다기리 조, 다나카 유코 등의 호화 캐스팅과 한국, 캐나다 등의 해외 로케이션을 통해 공들여 제작한 이 특집극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더 눈길을 끈다. ‘동양의 스트라디바리’로 불린 바이올린 제작자 진창현이 그 주인공이다. 재일한국인이라는 정체성 탓에, 세계 5대 바이올린 명장이라는 명성에 비해서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그의 삶은 이 작품을 계기로 비로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드라마는 진창현의 구술 회고담을 엮어낸 동명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그의 반생을 그려낸다.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태어나 떠돌이 약장수의 연주로 바이올린과 첫 인연을 맺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열네살 나이에 홀로 바다를 건너가 마침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게 된 순간까지의 이야기다. 처음에 품었던 교사의 꿈은 대학 졸업을 눈앞에 두고서야 외국인은 교단에 설 수 없다는 통보와 함께 좌절됐고, 새로운 희망이었던 바이올린 제작자의 길마저도 아무도 그를 제자로 받아들여주지 않아 독학으로 연구해야 했다. 이 모든 시련을 이겨낸 극적인 삶은 단순히 한 개인의 성공을 넘어 재일한국인이 감당해야 했던 차별의 역사이기에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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