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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21 18:42 수정 : 2015.10.26 17:31

영국 드라마 <실라>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 드라마 <실라>

1960년대 초, 비틀스의 전설이 막 시작되던 영국 리버풀의 라이브 클럽 캐번 한편에는 손님들의 옷을 관리해주는 한 여성이 있었다. 스무살 나이의 프리실라 화이트였다. 당시 남성 밴드들은 연주 레퍼토리 중 한 곡을 종종 아마추어 여성 보컬들에게 맡기곤 했는데 그 무대에 몇 번 오른 그녀를 눈여겨본 이가 오디션을 제안했다. 곧 독특한 음색과 노래 실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가수로 데뷔하게 된다. 그녀를 주목했던 이는 바로 존 레넌, 그가 소개한 인물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었다.

지난해 영국 아이티브이(ITV)에서 방영된 <실라>는 비틀스를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든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탄생시킨 또 한명의 스타에 관한 이야기다. 대중에게는 실라 블랙이라는 예명으로 더 유명하다. 엡스타인은 한 매체가 실수로 뒤바꾼 블랙이라는 성이 인상적이라 생각했고 그것은 신의 한 수와도 같았다. 실라 블랙은 비틀스 같은 국제적 명사는 아니었지만 영국 연예계에서는 그들만큼이나 인상적인 족적을 남긴 스타로 성장한다.

<실라>는 그녀의 일대기 중 프리실라 화이트가 실라 블랙으로 재탄생하던 1960년대 초기 경력에 초점을 맞춘다. 덕분에 세계 문화사의 가장 혁신적 시기 중 하나였던 격동의 60년대, 일명 ‘스윙잉 식스티스’(swinging sixties)의 분위기를 한껏 맛볼 수 있다. 극중에서 실라(셰리던 스미스)는 자유와 로큰롤을 사랑하고 보수적인 부모와 상반된 가치관으로 갈등하는 뜨거운 청춘으로 그려진다. 그녀가 규격화된 사무실에 갇혀 ‘여성들의 꿈의 직업’이라는 타이피스트로 일할 때와 무대 위에서 억압된 끼를 마음껏 발산할 때의 대조적 모습은 그 시대 청춘들의 고민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실라와 함께 또다른 두 청춘의 이야기 역시 중심에 놓인다. 실라의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두 사람, 보비 윌리스(어나이린 바나드)와 브라이언 엡스타인(에드 스토파드)의 이야기다. 제과공장에서 일하며 뮤지션을 꿈꾸던 보비 또한 틀에 찍혀 나오는 빵처럼 획일화된 삶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젊은이였고, 이런 갈등은 그가 실라의 재능을 알아보고 더욱 깊이 사랑하는 계기가 된다. 결국 자신의 꿈을 미루고 실라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보비의 헌신적 사랑은 이 드라마에서 몇 번이나 뭉클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가장 심한 균열을 보여주는 이는 브라이언 엡스타인이다.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일궈낸 공적 모습과 시대가 금기시한 게이로서의 정체성 때문에 억눌리고 불안해하는 내면의 분열적 모습은 ‘스윙잉 식스티스’의 또다른 정서를 대변한다. 이 작품의 본질이 스타의 전기 드라마보다 1960년대라는 시대정신을 담아낸 청춘영화에 더 가깝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드라마는 엡스타인의 비극적 죽음을 비롯한 1960년대와의 결별로 여운을 남기지만 실제 블랙의 경력은 그 이후에도 오래 지속됐다. 이달 초 향년 72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는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처럼 남다른 인연의 비틀스 멤버들뿐 아니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배우 러셀 크로 등 수많은 이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장례식 장소는 보비와 결혼식을 올렸던 교회였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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