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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18 19:11 수정 : 2015.12.20 10:59

일본드라마 <오판>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오판>

출근족들로 붐비는 도쿄 지하철 신주쿠 역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나가하라 제약 홍보부에서 일하는 마키타 다카히로(다마야마 데쓰지)는 아침 뉴스를 검색하다 지하철역에서 그와 부딪혔던 이상한 사내가 바로 사망자임을 알게 된다. 부사장 안조 다카오(고바야시 가오루)는 마키타에게 사내의 사망과 회사 약품의 관련 가능성을 알리고 은밀한 조사를 명한다. 조사 과정에서 약의 부작용과 그로 인한 사망자가 둘이나 더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마키타는 부사장의 은폐 지시와 양심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다양한 소재의 사회극 장르에 강점을 보여온 일본 <와우와우>(WOWOW) 채널이 최근 또 하나의 인상적인 신작을 내놓았다. 사회파 서스펜스물 전문 작가 도바 ??이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판>은 거대 제약회사의 어두운 비밀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도박 빚에 시달린 가장의 자살처럼 보였던 사건 이면에는 나가하라 제약 회사의 비리가 존재하고 과거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한층 거대한 은폐 사건까지 숨어 있다. 드라마는 이러한 미스터리 플롯을 주축으로 창업주 일가인 사장 측과 부사장 측의 기업 내 파벌 싸움, 나가하라와 합병 예정인 외국 기업의 음험한 속내, 피해자들의 사연 등 다층적인 갈등 요소를 엮어 내며 밀도 높은 긴장감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보다 큰 긴장감은 인물들이 매순간 마주치는 선택의 기로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바쁜 출근길에 한 사람의 죽음을 맞닥뜨린 마키타의 모습은 그가 뒤에 마주하게 되는 모든 윤리적 딜레마와 선택에 대한 예고편과도 같다. 타인의 불행한 사고 앞에서 자신의 지각을 먼저 생각했던 마키타의 걱정은 어찌 보면 사소한 행동이었지만 이는 추후 회사의 비리와 피해자들의 고통 앞에서도 고속 승진이라는 유혹에 더 치우치는 비윤리적인 선택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의 모습은 부사장 안조와도 겹친다. 과거의 안조 역시 회사의 범죄 행위를 눈감아주는 길을 선택했고 그 대가로 창업주 일족이 아님에도 부사장직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이러한 윤리적 선택에 대한 드라마의 문제의식은 사실 지금의 우리 시대를 향하고 있다. 마키타의 ‘오판’의 시작이 된 도입부의 지하철 사고 장면에서 명백하게 연상된 것은 지난해 말 화제의 신주쿠 지하철역 투신 사망사고다. 당시 역에 있던 일본인 대다수가 휴대전화를 꺼내 끔찍한 현장을 촬영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이 사건은 어느덧 최소한의 윤리적 고민조차 사라진 사회의 살풍경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드라마는 이처럼 하나의 사소한 윤리적 ‘오판’이 어떻게 해서 집단적인 양심의 마비로 발전하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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