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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25 20:24 수정 : 2015.12.26 10:14

미국드라마 <프렌즈> 크리스마스 특집편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드라마 <프렌즈> 크리스마스 특집편

올 한해 대중문화는 복고로 시작해 복고로 마무리되어가는 추세다. 연초에는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편이 불러일으킨 1990년대 회고 바람이 전국을 뜨겁게 달궜고, 연말에는 <응답하라 1988>의 신드롬급 인기가 대중문화의 시계를 한층 더 뒤로 되돌려 놓았다. 흥미롭게도 미국 역시 복고 열풍으로 들썩인 한해였다. 20년 만에 돌아온 <매드맥스>시리즈와 10년 만의 <스타워즈>신작이 극장가를 평정하더니, ‘미드의 양대 전설’ <트윈픽스>와 <엑스파일>이 각각 25년, 14년 만의 귀환을 예고해 팬들을 설레게 했다.

이러한 복고 트렌드에 편승해 크리스마스 기념 지면은, 시즌이 방영되던 내내 이맘때마다 늘 명장면을 쏟아냈던 또 다른 전설적 걸작 <프렌즈>의 성탄절 에피소드로 채워볼까 한다. 안 그래도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5인방’을 볼 때면 종종 <프렌즈>의 ‘센트럴 퍼크 6인방’이 그리워지곤 했다. <프렌즈>야말로 또래공동체가 꾸려가는 유사가족의 이상적 풍경을 교과서처럼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의 명절 에피소드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이 가운데 자주 회자되는 것 중 하나가 시즌7의 10화 ‘크리스마스 아르마딜로’ 편이다. 이 에피소드는 여섯 친구들이 또래공동체의 안온한 놀이터에서 하나둘 벗어나 독립된 가정으로 성장해나가는 과도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모니카(코트니 콕스)와 챈들러(매슈 페리)는 약혼 후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시간을 보내려 하고, 로스(데이비드 슈위머)는 떨어져 사는 아들 벤과 모처럼 휴일을 보내게 되어 한껏 들뜬다. 함께 살던 집의 공사 때문에 모니카와 조이(맷 르블랑) 방에 얹혀살던 피비(리사 쿠드로)와 레이철(제니퍼 애니스턴)은 수리가 끝나가자 아파트를 떠날 준비를 한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제일 뭉클한 순간은 각자의 일로 분주했던 친구들이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는 결말 부분이다. 벤에게 성탄절 대신 하누카(유대교 명절)의 유래를 설명하며 유대인 정체성을 환기시키려 했던 로스의 노력이 번번이 좌절되고 그 안타까움이 절정에 달했을 때, 늘 그랬듯이 친구들은 구세주이자 위로가 되어준다. 벤이 좋아하는 산타클로스 옷을 구하지 못하자 아르마딜로 복장으로 나타난 로스, 그의 사정을 듣고 친구 옷을 빌려 산타클로스로 변장한 챈들러, 조이의 엉뚱한 코스튬 플레이의 엇갈림이 연이은 웃음을 자아내다가 모두의 평안으로 마무리되는 구성까지 완벽하다. 마지막에 친구들이 다 함께 촛불을 켜는 장면은 한해를 마감하는 가장 <프렌즈>다운 위로이자 기도의 시간이다. 새해에는 부디 모두가 평안하기를.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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