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1.22 20:24 수정 : 2016.01.23 09:52

일본드라마 <아틀리에>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아틀리에>

최근 대중문화계 최대의 화제는 넷플릭스의 국내 상륙 소식이었다. 서비스 개시 2주 만에 벌써부터 성공 여부를 점치는 기사들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한데 정작 더 강력한 무기는 개봉 전이다. 넷플릭스가 전통 미디어를 위협하는 콘텐츠 강자로 성장한 결정적 계기가 된 자체 제작 콘텐츠가 아직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콘텐츠 업계가 견제를 위해 제휴를 거부하면 더 완성도 높은 자체 제작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다는 점이 넷플릭스의 진정한 힘이다.

국내보다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에서도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드라마로 먼저 발을 내디뎠다. 후지티브이와 공동 제작한 <아틀리에>가 그 첫 진출작이다. 매체의 성격에 맞게 각각 다른 버전으로 공개된 것도 인상적인 전략이었다. 같은 작품이지만 후지티브이에서는 극적인 갈등 위주로 편집되어 <언더웨어>라는 제목의 4부작으로 방영됐고, 넷플릭스에서는 더 세밀한 이야기가 추가된 13회 분량의 확장판 <아틀리에>로 공개되었다. 어느 쪽이든, ‘믿고 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답게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만족시킨다.

주인공 도키타 마유코(기리타니 미레이)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이다. 섬유 전공자로서 소재 개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고급 란제리 회사 ‘이모션’에 입사했지만 출근 첫날부터 미적 감각이 전혀 없다는 사장 난조 마유미(다이치 마오)의 독설에 기가 죽는다. 몸에 걸치는 것은 그저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마유코에게, 보이지도 않는 속옷을 예술작품처럼 다루는 ‘이모션’은 불가해하면서도 흥미로운 세계다.

드라마는 크게 보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같은 현대 전문직 여성 성장 서사의 틀을 따라간다. 마유코의 상사인 이모션 사장 난조 마유미의 카리스마도 미란다(메릴 스트립) 편집장의 그것 못지않다. 그러나 <아틀리에>는 일과 사랑의 ‘두 마리 토끼’ 전략을 택하지 않는다. 오로지 일 이야기만 다루는 여성 성장 서사라는 점에서 희소하고, 그럼에도 너무나 재미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작품이다.

일방적인 사제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에 자극을 받고 동반성장하는 관계로 그려지는 난조 마유미와 마유코의 유대관계도 참신하고 흥미롭다. 작품 초반 마유코가 사회초년생으로서 던지는 순진한 질문과 예술가로서 한 경지를 넘어선 난조 마유미가 던지는 후반부의 질문이 일치하는 수미쌍관 구조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아틀리에>는 넷플릭스의 또다른 주요 기능인 빅데이터 기반 추천 영상 카테고리에서 ‘센 여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에 속해 있다. 잘 만든 드라마, 특히 잘 만든 여성주의 드라마가 갈수록 희귀해지는 국내에서도 넷플릭스가 이런 공동제작물로 콘텐츠의 힘을 증명해주길 기대한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