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 <꿈을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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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꿈을 주다>
최근 엠넷의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콘텐츠 파워 지수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끄는 데에는 자극적인 경쟁 구도가 한몫을 한다. 특히 출연자들이 걸그룹 지망생이라는 이유로 재능 외에도 외모, 인성 등 보이그룹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혹독한 기준을 요구받는 것은 연예계가 어린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씁쓸함을 배가시킨다.
지난해 일본 와우와우 채널에서 방영된 4부작 드라마 <꿈을 주다>는 <프로듀스 101>보다 더 극단적인 방식으로 어린 여성 연예인의 숙명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어느 날 아침, 일본 사회가 느닷없이 유출된 동영상 하나에 발칵 뒤집힌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는 배우 아베 유코(고마쓰 나나)의 성행위가 담겨 있는 영상이었다. 대중들은 영상이 유출된 경위나 유코의 사정을 헤아리기도 전에 이미 그녀에게 유죄 선고를 내린다. 이제 배우로서나 여자로서의 삶은 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는 충격적인 유출 소식과 대중들의 비난으로 뒤덮인 도입부를 지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베 유코는 모델 출신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어린 시절부터 독보적인 미모를 자랑한다. 원작 소설의 묘사에 따르면 “마치 무지개에서 이 세상에 뚝 떨어진 것처럼, 거의 비현실적일 만큼 예쁘고 완벽한 아기”였던 그녀는 일찌감치 아역 배우로서의 경력을 시작하고 성인이 되기도 전에 전성기를 누린다.
하지만 누구도 유코의 아름다운 외모 아래의 내면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너무도 어릴 때부터 카메라 앞에서 남들에게 세세한 품평을 받는 것에 익숙해진 유코 역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은 없었다. 드라마는 유코에게만은 평범한 삶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던 아빠와 어린 딸에게 못다 이룬 스타의 꿈을 투영하는 엄마의 갈등, 연출된 미소 외에는 다른 소통법을 잘 배우지 못했던 유코의 미숙한 성장 등 개인적인 비극에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상품으로 소비하는 대중의 속성과 연예계의 관행을 겹쳐 놓으며 차근차근 파국으로 달려가고 결말에 이르면 쇼의 부조리는 극에 달한다. 드라마의 제목인 <꿈을 주다>는 대중에게 꿈과 같은 판타지를 선사하는 연예인으로서의 삶과 개인의 진정한 욕망 사이에서 끝까지 미완으로 남은 유코의 꿈을 의미한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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