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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01 18:45 수정 : 2016.04.02 10:32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디시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슈퍼히어로 열풍이 극장가에서만 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는 마블 쪽에 밀리지만 드라마에서만큼은 마블 영웅물에 우위를 보이고 있는 디시(DC)가 최근 또 하나의 인상적인 시리즈를 내놓았다. 디시 히어로물 <애로우>, <플래시> 시리즈를 성공리에 안착시키며 팬들에게 믿음을 준 시더블유티브이(CWTV)에서 지난 1월부터 방영 중인 <디시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이하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가 그 주인공이다. 지구를 정복하려는 악당에 맞서 싸우는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디시 코믹스의 여러 영웅들이 한 팀을 이룬다는 점에서 ‘저스티스 리그’와도 성격이 같지만, 영웅들이 하나같이 대중적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비주류적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마이너 리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의 선봉장 격인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이 인지도로는 ‘톱 오브 톱’인 슈퍼영웅을 투톱으로 내세우고도 신통치 않은 반응을 얻은 반면,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는 그 비주류적 성격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점수를 얻고 있다.

이러한 성격은 첫 회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2166년, 사악한 악당 밴달 새비지(캐스퍼 크럼프)는 지구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하고, 우주의 시간을 지키는 타임마스터 중 하나인 립 헌터(아서 다빌)는 인류를 지키기 위해 새비지가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되기 전인 2016년으로 돌아가 그를 없애려 한다. 첫 회는 헌터가 새비지에 맞서 연합팀을 이룰 여덟 명의 영웅들을 끌어모으고, 그들과 함께 새비지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 더 오랜 과거인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첫 미션을 그리고 있다.

극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헌터가 개성 강한 영웅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반신반의하는 영웅들에게 “2166년에는 여러분 모두가 단순한 영웅을 뛰어넘은 ‘전설’”이라는 헌터의 말에 “난 영웅 따위에 관심 없다”던 캡틴 콜드(웬트워스 밀러)의 눈마저 반짝인다. 말하자면 이것은 스스로가 “위대한 운명”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비주류 영웅들이 슈퍼히어로로서의 진정한 정체성을 고민하고 인식해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실제로 연합팀의 영웅들은 대부분 분열된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다. 사라 랜스(케이티 로츠)는 화이트 카나리와 블랙 카나리의 경계에 놓여 있고, 호크걸(시아라 러네이)은 자신의 전생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며, 심지어 캡틴 콜드와 히트 웨이브(도미니크 퍼셀) 형제는 빌런에 가깝다.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영웅들의 딜레마에 영국 드라마 <닥터후>를 연상시키는 타임슬립 소재가 흥미롭게 결합한다. 헌터가 타임머신을 가동시키며 “여러분의 세계가 바뀌는 중입니다”라고 외칠 때, 이 매력적인 주문은 시간만이 아니라 영웅들의 운명과 지구의 미래를 동시에 향한 주문이 된다. 바로 이 낯설고 예측 불가능한 주문이 이 시리즈를 각 캐릭터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든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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