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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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
한 번 들으면 곧바로 기억에 남는 대신 여러 번 들어도 정확하게 기억하기는 힘든 제목이다.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이하 <언젠가 이 사랑을>)는 지난달로 마감된 올해 1분기 일본 드라마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제목의 작품이다. 단지 제목뿐 아니라 주목할 만한 요소가 많은 수작이기도 하다.
일단 유명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와 후지티브이의 조합이라는 사실만으로 눈길을 끈다. 지금은 위력이 많이 떨어졌어도 여전히 일본 드라마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후지티브이 월요드라마 ‘게쓰쿠’의 신화를 이끈 장본인이 사카모토 유지다. <언젠가 이 사랑을>은 그 ‘게쓰쿠’ 전성기의 핵심이자 사카모토 유지의 대표작인 ‘<도쿄러브스토리>의 2016년판’이라 불리며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이 작품을 흥미롭게 보는 방법 중 하나는 1991년 작인 <도쿄러브스토리> 속 청춘과 현재 젊은이들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일본 호황기의 산물인 트렌디드라마 장르 열풍의 주역인 <도쿄러브스토리>는 당당한 신세대 주인공 리카(스즈키 호나미) 캐릭터로 호평받았다. 리카에 비하면 우유부단해도 오직 사랑이 지상 최대의 고민인 다른 주인공들의 모습도 당시 청춘들의 여유를 반영하긴 마찬가지였다.
반면, <언젠가 이 사랑을> 속 청춘들은 하루를 버틸 여유조차 없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오늘 하루를 포기한다’는 대사는 성장의 동력이 사라진 이 시대 청춘들의 마음을 정확히 대변한다. 이제 <도쿄러브스토리>처럼 ‘사내에서 연애하는 스토리’는 그저 판타지다. 남주인공 렌(고라 겐고)은 사고가 일어나도 보험은커녕 ‘지금은 모든 회사가 직원 책임제로 돌아가는 시대’라 말하는 사장 밑에서 노동을 착취당하고, 여주인공 오토(아리무라 가스미) 역시 수당 없는 시간 외 근무를 강요당한다.
도쿄라는 공간의 성격도 크게 바뀌었다. <도쿄러브스토리>의 도쿄는 바쁘게 뛰거나 걷는 현대인의 일상을 비추는 오프닝 타이틀 영상에서도 드러나듯이 건조한 도시의 모습과 성장시대의 활력을 동시에 안고 있다. <언젠가 이 사랑을>에서는 다르다. ‘도쿄는 꿈을 이루는 장소가 아니라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을 모른 채 지낼 수 있는 곳’이라는 촌철살인의 대사가 모든 걸 설명해준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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