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드라마 <언더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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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드라마 <언더그라운드>
요즘 미국 사회 최대의 화제 가운데 하나는 단연 인종 이슈다.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에스엔에스(SNS)를 중심으로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sSoWhite)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인종차별 논란이 거셌고, 최근에는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영화들의 ‘화이트 워싱’ 문제가 불거졌다. <공각기동대>의 일본인 주인공 구사나기 소령 역을 스칼릿 조핸슨, <닥터 스트레인지>의 티베트인 에인션트 원 역을 틸다 스윈턴이 맡는 등 백인 배우가 동양인인 것처럼 연기하거나 동양인 배역을 백인으로 바꾸는 현상이 계속되며 인종차별 논란에 더욱 불을 붙인 것이다.
반대로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지난 20일, 최초로 흑인 여성이 미국 화폐 인물로 결정되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재무부는 20달러 지폐 앞면 인물을 흑인 여성 인권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상징적이게도, 현재의 화폐 인물인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흑인 노예 농장주 출신이자 아메리카 원주민을 탄압한 전력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부터는 <언더그라운드>라는 신작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했다. 실존하던 비밀조직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관한 이야기로, 오랜만에 인종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남북전쟁 전 노예들을 탈출시키던 비밀조직을 뜻한다. 해리엇 터브먼이 바로 이 조직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 노예 출신 운동가이며, 그 후에는 직접 이 조직의 일원이 되어 다른 노예들을 탈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의 배경은 1857년 조지아주다. 첫 회에서는 농장주의 저택에서 일을 돕는 여성 노예 로절리(저니 스몰렛벨)와 밭에서 일하는 남성 노예 노아(알디스 호지)를 중심으로 흑인 노예들의 참혹한 삶이 그려진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극한의 고통을 이기고 겨우 낳은 아이를 제 손으로 죽여야 했던 여성 노예의 이야기다. 노예라는 운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벌인 이 극단의 선택은 흑인 여성 작가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 <빌러비드>에서 모티브를 차용해 널리 알려진 역사적 실화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이 에피소드를 비롯해 흑인 노예 수난사를 압축한 이 실제 사건들을 곳곳에 삽입하고 있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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