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이 거리의 생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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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이 거리의 생명에>
에스비에스 <티브이(TV) 동물농장> 765회가 불러일으킨 반향이 뜨겁다. 제작진은 6개월간의 긴 취재를 거쳐 동물 번식장의 참혹한 동물학대 상황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학대도 문제지만 이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은 더 큰 분노를 불러왔고 이는 동물보호법 개정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의 움직임은 동물애호가를 넘어 일반 대중에까지 폭넓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귀추가 더 주목된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와우와우(WOWOW) 채널의 스페셜 드라마 <이 거리의 생명에>는 지금 국내에서도 곱씹어볼 만한 작품이다. 살처분 위기의 유기동물들을 구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동물학대의 살풍경을 고발하면서도 비극보다는 현실적인 변화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2013년 일본 ‘동물 애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동물 유기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기 이전의 200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마키타(가세 료)는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애호센터 행정수의사다. 말이 애호센터지 주된 성격은 유기동물 살처분소와 다름없고, 말이 수의사지 업무는 살처분된 동물의 사망을 확인하는 일이 주를 이룬다.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 공공의 안전을 위한 의무가 되는 이 부조리한 공간에서 마키타는 늘 우울하다. 동료 수의사 아키(도다 에리카)가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직원 시다(시부카와 기요히코)가 아침마다 악몽에서 깨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우울한 센터에 신임 소장 다카노(다나카 유코)가 부임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 그녀는 직원들의 연약함과 슬픔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본다. 그 슬픔은 작고 이름 없는 동물의 불행에 대한 공감력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처음 한 일은 직원들이 이제껏 감정이입을 차단하기 위해 무심하게 대해왔던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예쁘게 단장을 시키는 일이었다.
미미해 보이는 이 시도는 어두운 비극을 숨기고 견디기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낸다. 동물애호센터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관심했던 시민들은 홈페이지에 올라온 동물홍보영상에 관심을 가지며 유기의 비극에 공감하게 되고, 반려동물을 처분하러 온 주인들은 살처분 과정이 어떠한지를 알게 되면서 발걸음을 되돌린다. 모든 죽음을 피할 수는 없어도 구원받는 생명은 조금씩 늘어간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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