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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29 19:08 수정 : 2016.07.29 19:55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최후로부터 두번째 사랑>

이번주부터 또 한 편의 리메이크 화제작이 방영을 시작한다. 김희애, 지진희 주연의 에스비에스 주말극 <끝에서 두번째 사랑>은 일본 방영 당시 큰 호평과 사랑을 받은 후지티브이 드라마 <최후로부터 두번째 사랑>을 원작으로 한다. 그간의 많은 일본드라마 리메이크작이 국내에서는 자주 접하지 못한 신선하고 이색적인 소재나 캐릭터, 파격적인 이야기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의 리메이크는 동시대인이 공유하는 고독과 불안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후로부터 두번째 사랑>은 45살 비혼 여성 요시노 치아키(고이즈미 교코)의 이야기다. 능력 있는 드라마 프로듀서인 그녀는 늘 바쁘게 살아가지만 때때로 외로움에 사무치고, 어느 순간부터 젊은 후배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급기야 건강에마저 이상 신호가 오자 오래전 ‘꿈의 계획’을 실천에 옮긴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소도시 가마쿠라에서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새로 이사한 치아키가 이웃 남자 나가쿠라 와헤이(나카이 기이치)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도입부만 보면 보통 전문직 싱글여성들의 드라마가 그러하듯 삶의 전환점에 선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고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장로맨스가 예상되나, 이 작품은 그러한 전형성을 비켜간다. 여기에는 시련을 통과하고 보니 훌쩍 커 있더라는 식의 극적인 성장담도, 오해와 갈등을 초월해 사랑의 확인에 이르는 환상적인 해피엔딩도 없다. 생생한 에피소드를 중시하는 치아키의 드라마관처럼 뚜렷한 기승전결 없이 반복되는 일상의 한 풍경을 뚝 잘라놓은 듯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이다.

이러한 드라마의 특징은 주인공들의 나이와 무관하지 않다. 치아키는 일과 사랑의 문제에도 많은 신경을 쓰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고민은 ‘나이 들어 간다는 것과 그에 걸맞은 어른다움의 의미’에 있다. 폭풍 같은 연애도, 쓰라린 일의 실패도 경험해본 그녀는 이제 사랑뿐 아니라 인생에도 명확한 기승전결이 없다는 것을 안다. 이별은 하루아침에 포스트잇 한 장의 통보로도 다가올 수 있고, 급작스런 사고로 삶이 한순간 끝나버릴 수도 있다. 누구나 마지막에 혼자라는 것 외에는 인생의 구체적인 전개도, 결말도 알 수 없다는 치아키의 인식은 결과적으로 그녀가 일상의 모든 순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실연도 연애의 한 종류’인 것처럼 고독이나 슬픔 역시 삶의 한 양식일 뿐이다.

<최후로부터 두번째 사랑>은 곧 고령화 시대의 ‘애매한 청춘’이 된 모든 중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드라마 제목처럼 지금의 사랑이 마지막이길 바라는 것보다, 또 다른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는 여유가 오히려 현재의 순간에 더 충실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치아키의 철학이다. 그녀의 모습은 소위 말하는 ‘리즈 시절’은 지났어도, 더 많은 살아갈 시간이 앞에 놓인 중년들이 나이듦과 인생을 새롭게 긍정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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