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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19 19:21 수정 : 2016.08.19 19:53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영업부장 키라 나츠코>

3분기 일본드라마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영업부장 키라 나츠코>가 국내서도 방영을 시작했다. 흥행 보증수표 작가 이노우에 유미코와 배우 마쓰시마 나나코의 조합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둘은 리메이크 드라마로 국내와도 인연이 깊다. 이노우에 유미코 각본작 중 <하얀 거탑>과 <동창회-러브 어게인 증후군>이, 마쓰시마 나나코 출연작 가운데 <야마토 나데시코>와 <가정부 미타>가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바 있다.

<영업부장 키라 나츠코> 역시 국내에서 공감을 불러올 만한 작품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공백을 거친 키라 나츠코(마쓰시마 나나코)가 회사에 복직해 사회적 차별에 직면하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 사회 워킹맘들이 겪는 시련과 꼭 닮았다. 키라 나츠코는 광고업계의 전설로 평가받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으나 3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오자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다. 사회적 시선을 신경 쓰느라 복직을 반기는 것 같아 보이지만, 키라가 실제로 마주치는 건 ‘기저귀나 갈면서 3년이나 쉴 수 있다니 좋겠다’는 여성혐오뿐이다.

이는 회사가 그녀를 제작부가 아니라 유명무실하다시피 한 영업개발부로 발령하면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회사의 목적은, 육아휴직을 마친 여성을 관리직에 앉혀 여성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임을 홍보하려는 데 있었다. 키라는 자신의 역할이 ‘회사의 장식품’에 불과함을 알아챈다. 영업개발부에서도 시련은 이어진다. 까다로운 완벽주의자 키라 나츠코는 ‘건방진 여자’, ‘피곤한 스타일’로 불리며 뒷담화 대상이 된다.

드라마는 워킹맘 키라 나츠코의 수난을 직장 생존기 못지않게 힘겨운 가정 분투기로도 그려낸다. 이 가족 내 서사가 특히 인상적인 점은 육아에 무관심한 나쁜 남편과 고생하는 아내의 전형적인 갈등구도로 전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키라의 남편은 이른바 ‘이쿠맨’이다. 육아에 적극적인 남성을 가리키는 이 신조어는 일본 사회에서도 성역할 고정관념이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키라의 남편도 회식을 취소하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오는가 하면, 아내의 퇴근이 늦으면 아이를 혼자 씻기고 먹이고 돌보기도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는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는 아내의 지극히 당연한 말에 화를 낸다. 늦은 밤 파김치가 되어 돌아와서도 쌓인 그릇을 치워야 하는 키라의 가사노동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 세계다. 생각해보면 ‘이쿠맨’이라는 신조어가 가리키는 것도 이러한 한계다. 남성의 육아참여가 신조어로 불릴 만큼 전에는 없었던 현상이라는 의미이며, 그 정도로 공고한 성차별적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워킹맘은 있어도 워킹대디라는 말은 거의 쓰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업부장 키라 나츠코>는 마침 경력단절여성의 사회적 재기담을 그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티브이엔(tvN) 드라마 <굿와이프>와 비교 감상해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경력의 공백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여성들이 희귀한 현실에서 드라마에서라도 더 많은 여성 성공기가 등장할 필요가 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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