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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30 19:27 수정 : 2016.09.30 20:00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지정 생존자>

어느 날 대통령이 갑자기 사망한다면, 더 나아가 직위를 승계할 고위 관료들마저 동시에 목숨을 잃는다면? 어마어마한 상상 같지만 미국에는 이런 사태의 대처법이 실재한다. 대통령 취임식이나 연두교서처럼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이 함께 모이는 행사에 전쟁, 테러, 사고 등이 일어나 한꺼번에 사망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지정된 특정인이 다른 장소에 대기한다. 유사시 그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는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냉전시대의 유산이지만, 지난해에도 오바마 대통령 신년 국정연설 당시 미국 의사당 테러를 기획한 아이에스(IS) 추종자 사건이 있었던 만큼 대테러시대에 다시 주목받는 제도다.

미국 <에이비시>(ABC) 채널의 신작 <지정 생존자>(원제 ‘Designated Survivor’)는 바로 이 제도를 소재로 한 드라마다. 연두교서가 진행 중이던 국회의사당에 엄청난 폭발사건이 발생해 참석자들이 모두 사망한다. ‘지정 생존자’가 되어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맥주나 마시며 티브이로 대통령 연설을 지켜보던 톰 커크먼(키퍼 서덜랜드)은 충격적인 사고에 정신을 수습할 새도 없이 새 대통령이 된다. 문제는 그가 낮은 서열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었다는 점, 그것도 선출직을 전혀 경험해본 적 없는 학자 출신이라는 데 있었다. 그에게 과연 국가비상사태를 이끌 만한 능력이 있는지 모두가 의문부호를 던지고, 톰 앞에는 미국 대통령의 핵가방이 놓인다.

<지정 생존자>는 시의성이 돋보이는 영리한 기획물이다. 9·11 이후 갈수록 위협이 커지고 있는 테러리즘 소재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른 리더십에 관한 질문을 결합했다. 관료 경력은 일천해도 정직하고 공정하며 성실하고 똑똑한데다 의외의 카리스마도 있는 톰은 지극히 이상적인 지도자다. 미국민들이 현재의 대통령 후보들에게 아쉬워하는 점을 두루 보완한 캐릭터인 만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작품은 결코 아니나 자유진보 성향의 톰에게 맞서는 꼴통 해리스 코크런 장군(케빈 맥낼리)은 어딘가 도널드 트럼프를 닮았다. 물론 기분 탓이겠지만.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이 작품은 무척 재밌는 오락물이기도 하다. 긴박감 넘치는 톰의 대통령 임무 수행기 외에도, 전직 대통령은 이미 동의했던 톰의 주택개혁 프로그램 내용을 왜 연설문에서 갑작스레 삭제했나, 그리고 연두교서가 끝난 뒤에 좌천될 운명이었던 톰은 어떻게 ‘지정 생존자’가 되었나 등 여러 의혹이 피어나는 정치스릴러 플롯이 흥미롭다. 동시에 전개되는 테러 수사 플롯도 흥미진진하긴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테러리즘 소재 액션스릴러 <24> 시리즈의 ‘잭 바우어’ 키퍼 서덜랜드가 이번에는 대통령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니키타> 등에 이어 첩보액션을 소화하게 될 매기 큐의 활약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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