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16 19:21
수정 : 2016.12.16 20:49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영국·미국 합작 드라마 <영 포프>
젊은 추기경 레니 벨라도(주드 로)는 역대 최연소 나이에 새로운 교황에 선출된다. 불과 47살의 나이와 잘생긴 외모, 그리고 최초의 미국인 출신 교황이라는 기록까지 더해져 세계의 이목은 단숨에 바티칸으로 쏠린다. 이 파격적인 선출의 이면에는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바티칸의 은밀한 계획이 있었고, 권력의 중심에 선 원로 추기경들은 나이 어린 교황을 ‘꼭두각시’로 내세워 뜻대로 조종하려 한다. 하지만 새 교황 비오 13세, 레니 벨라도는 그들에게 맞서 자신의 멘토인 메리 수녀(다이앤 키턴)를 특별보좌관으로 기용하고 바티칸의 세속적 마케팅을 거부하는 등 독자적 행보를 이어간다.
<영 포프>(원제 ‘The Young Pope’)는 영화 <그레이트 뷰티>, <유스> 등으로 알려진 유명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티브이 드라마 데뷔작이다. 주연 배우 주드 로를 비롯해 다이앤 키턴, 제임스 크롬웰, 실비오 오를란도, 뤼디빈 사니에 등 화려한 캐스팅에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영국, 미국 등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올해 제7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도 초반 2회 분량의 에피소드가 특별 상영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무엇보다 흥미를 끈 것은 신선한 캐릭터와 도발적인 이야기다. 얼핏 표면적인 줄거리만 보면 보수적인 종교계와 개혁적인 젊은 교황의 대립처럼 느껴지지만 레니 벨라도의 캐릭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새 교황의 역사적인 첫 강론을 담아낸 도입부와 그것이 악몽이었음을 드러낸 순간 이후부터 그의 캐릭터는 계속해서 예측하기 힘든 행보를 보인다. 수십만 관중과 언론 앞에 등장해 “교회가 회피해온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단도직입적 질문을 던지는 순간의 모습은 ‘록스타’가 따로 없다. 뒤이어 낙태 허용, 동성결혼, 안락사 허용, 수녀의 미사 집전, 자유로운 섹스 등 바티칸의 금기를 깨는 선언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올 때는 ‘샤우팅’이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곧 꿈에서 깨어난 레니 벨라도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연로한 수녀에게도 깍듯한 의전을 강요하는 권위적인 면모, 고해성사 사제를 꾀어 추기경들의 약점을 파악하는 협잡꾼의 모습 등을 지나 급기야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성직자성 장관을 파면하는 순간에 이르면 악에 성큼 가까워진다.
성자와 적그리스도의 모습을 오가며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키는 레니 벨라도의 캐릭터는 오늘날 바티칸이 직면한 모순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위선적인 성직자들의 권력다툼과 이권 추구, 사랑보다 혐오를 전파하는 메시지 등 바티칸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펼쳐진다. 어찌 보면 누구보다 가톨릭 문화에 익숙한 이탈리아 감독이기에 가능한 흥미로운 바티칸 대체역사물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