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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30 19:50 수정 : 2016.12.30 19:56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드라마 <캐시 컴 홈>

“한 편의 영화로 우리가 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건 언제나 놀랍습니다. 영국 정부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희생시키며 힘 있고 부유한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지요. 우리는 많은 나라에서 같은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에게 희망과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2016년은 켄 로치 감독에게 유독 특별한 해다. 지난 5월 개최된 제69회 칸 영화제에서 생애 두 번째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다음 달에는 80살 생일을 맞았다. 황금종려상 수상작<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국내에서 개봉한 켄 로치 감독 영화 가운데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서두의 메시지는 이 소식을 접한 감독이 직접 한국 관객에게 전해온 감사와 연대의 편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켄 로치 감독의 이름을 영국 사회 전체에 강렬하게 각인시킨 작품 <캐시 컴 홈>이 공개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1966년, <비비시>(BBC)에서 제작된 이 티브이 단막극은 방영 이후 영국에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이 거장의 미래를 예고했다. 방영 당시 이 드라마를 지켜본 시청자 숫자는 그 때 영국 전체 인구 4분의 1에 해당하는 1200만 명에 달했고, 영화가 제기한 노숙자 복지 등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의회에서 긴급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드라마는 캐시(캐롤 화이트)라는 젊은 여성의 비극적 삶을 그리고 있다. 집에서 독립해 런던에 온 캐시는 운전사 레지(레이 브룩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하지만 결혼 뒤 남편이 교통사고로 실직을 당하고 아이들까지 생기면서 점점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어찌 보면 단순한 줄거리지만, 부모 곁을 떠나 새로운 가족을 이루며 완성되는 듯 했던 캐시의 행복이 남편의 사고를 계기로, 직장, 집, 가족을 하나 둘 잃어가는 연쇄적인 상실의 비극으로 급격하게 하강하는 극적 구성의 효과는 영국민을 충격과 슬픔으로 몰아넣었다.

드라마가 사용한 고도로 사실적인 다큐멘터리 기법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많은 드라마가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것과 달리 대부분의 이야기가 실제 장소와 거리에서 전개되었으며, 핸드 헬드 촬영으로 야만적 현실의 거친 질감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캐시 역할을 연기한 캐롤 화이트가 이 작품 이후 길에서 돈을 건네주는 무수한 시민들과 마주쳐야 했다는 유명한 일화는 이 작품의 현실 묘사가 얼마나 생생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캐시 컴 홈>을 통해 켄 로치가 비판적으로 제기한 영국 정부의 복지정책 문제는 최근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도 반복되는 주제다. 허술한 사회안전망의 비극은 소외 계층일수록 온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고통임을 켄 로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수십 년 간 일관되게 유지해온 감독의 비판적 시선에 감동을 받다가도 그만큼 변하지 않은 현실에 씁쓸함을 느끼게도 된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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