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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17 19:38 수정 : 2017.02.17 20:49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저격>

2001년 6월30일,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던 미야타 다쓰유키(에모토 아키라)가 한 괴한에게 총격테러를 당한다. 미야타는 일본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장직을 겸하며 경찰조직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던 인물이기도 했다. 공안경찰은 이 저격 사건을 유명 테러조직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수사 작전을 펼치지만 결정적 단서가 될 사건 현장의 폐회로티브이 영상이 사라지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결국 수사는 더 이상 진전을 보이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가고, 어느새 공소시효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며 15년 전의 저격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지난해 일본 <아사히티브이>에서 방영된 스페셜드라마 <저격>은 유력 정치인 테러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가는 형사들과 그 배후에 도사린 권력집단의 음모를 그린 작품이다. 두 시간이 채 되지 않는 분량의 단막극임에도 유명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화려한 캐스팅과 치밀한 스토리로 영화를 방불케 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15년 전 미야타 테러 현장의 증인이기도 한 특무 감찰실장 시즈메 류지(사토 고이치)가 이끌어나가는 경찰조직 비리의 역사와 개혁에 관한 이야기는 검찰개혁에 대해 강한 공감대가 형성 중인 이곳의 현실과도 맞닿는 지점이 있어 흥미롭다.

하지만 더 인상적인 점은 또 다른 주인공이자 실질적인 해결사가 여성 수사관이라는 데 있다. 시즈메 류지가 중심이었다면 기존에 이미 익숙한 정치스릴러이자 범죄수사물 중 하나로 남았을 드라마는 이른바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바보 같은 여자’로 지칭되는 고즈키 료코(오노 마치코)의 강렬한 캐릭터 덕에 좀 더 다층적인 주제를 지닌 작품이 된다. 가령 상사와의 불륜 스캔들에 뒤얽혀 좌천당한 료코가 정작 스캔들 상대는 아무런 제재도 당하지 않는 조직의 불합리함에 항의할 때, 남자 경찰들의 성희롱 섞인 악담을 뒤로한 채 강간범들에게 강펀치를 날릴 때, 작품이 저격하는 권력의 부조리는 단지 엘리트 경찰집단의 특권주의뿐만이 아니라 남성 중심적 세계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드라마의 이러한 주제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저격 사건의 담당자였던 가나에 형사(스즈키 안)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극 초반에는 ‘한 공안 경찰의 애인’으로 처음 언급된 그녀는 미스터리가 본격화되면서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열쇠를 남긴 내부 고발자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여기에 더해 미야타에서부터 그 후배 시즈메로 이어지는 이상과 신념 공동체의 남성적 계보가 뒤로 가면서 가나에와 료코와 특무 감찰실의 또 다른 여성 직원이자 주변적 존재였던 하나무라의 수평적 연대로 전환되는 순간 드라마의 대안적 시각은 더욱 명료해진다. 권력비판을 주제로 한 사회극이 유행하면서도 그 이야기를 남성들이 독점하는 이곳의 드라마, 영화와 비교할 때 부러워지는 지점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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