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드라마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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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탐정이 만난 사건과 사연 |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드라마 <스트라이크>
“당신을 조사해보니 모든 게 흥미롭더군요. 아프가니스탄에, 조니 로크비, 그리고 어머니도요. 레다 스트라이크던가.” <비비시>의 새 수사극 <스트라이크>가 주인공 이름을 그대로 제목으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코모란 스트라이크(톰 버크)의 독특한 캐릭터야말로 이 시리즈의 최대 매력이기 때문이다. 이력의 강렬함만으로 따지면, 셜록 홈스, 제인 마플, 에르퀼 푸아로 등 영국이 자랑하는 전설적 추리 영웅들에 버금갈 만하다.
“코모란 스트라이크란 이름, 흔하지 않잖아요”라는 극 중 대사처럼 이름마저 특이한 이 탐정에게는 복잡한 가족사가 있다. 부친은 전 국민이 다 아는 록스타, 모친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슈퍼모델이다. 여기에 옥스퍼드대학을 다니다 자원입대하고 아프가니스탄 복무 중 한쪽 다리를 잃은 비극적 사연이 더해진다. 의족을 착용한 스트라이크가 사건 현장에서 타인의 호기심과 만날 때마다 가십지 속의 화려한 배경과 전쟁 상이용사라는 무거운 현실이 부딪히며 보는 이의 마음에도 강렬한 족적을 새긴다.
드라마의 첫 사건도 스트라이크의 개인사와 맞물려 전개된다. 집세도 밀린 채 힘겹게 살아가는 그의 사무실에 한 의뢰인이 찾아온다. 얼마 전 투신자살로 충격을 준 톱모델 룰라 랜드리(엘라리카 존슨)의 이복 오빠인 그는 룰라의 죽음이 타살이라 믿고 있다. 경찰이 이미 종결한 사건이라 내키지 않았던 스트라이크는 조사를 진행하면서 랜드리의 사연에 점점 몰입하게 된다. 랜드리 역시 그 못지않게 복잡하고 비극적인 가족사를 지닌 인물이었으며, ‘창살 없는 감옥’으로 표현된 모델업계에서 그녀가 겪었던 스트레스는 스트라이크의 모친이 느꼈을 고통을 떠올리게도 했다. 드라마는 랜드리를 죽인 범인의 정체를 둘러싼 추리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스크라이크라는 인물에 대한 더 거대한 드라마를 차근차근 쌓아나간다.
장애를 단순히 캐릭터를 독특하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설정으로 소비하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다. 스트라이크의 장애는 극적 편의를 위해 맥락 없이 소환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모든 일상과 사건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가령 중요한 단서를 쥔 인물이 바로 눈앞에서 달아나도 추격이 어려운 장면이나 의족을 벗은 뒤에야 요의를 느끼고 욕설을 내뱉으며 주위 물건으로 소변을 처리하는 장면 등에서, 장애는 이 작품에 수사물로서도, 드라마로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스트라이크>는 영국 소설가 로버트 갤브레이스의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갤브레이스는 아동판타지 소설로 인기를 얻었다가 진지한 추리범죄스릴러에 처음 도전해 호평을 받은 독특한 경력이 있다. 책 판매 자체는 평범했으나 작가의 본명이 밝혀지면서 단숨에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작가는 바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앤 케이 롤링이다. 부친의 유명세를 벗어나기 위해 모친의 성을 따고 독립하려 애썼던 스트라이크의 사연과 작가의 드라마가 흥미롭게 교차하는 지점이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영국드라마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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