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02 19:31
수정 : 2018.03.02 19:40
[토요판]김선영의 드담드담미국드라마 <스페셜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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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비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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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진행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에서 화제를 모은 말 중 하나는 ‘비장애인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던 <한국방송> 중계진의 마무리 멘트였다. 당연한 듯 ‘올림픽이 끝났다’고 생각하던 이들에게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의 존재를 새삼 떠올려준 것이다.
이번 평창 패럴림픽은 1988년 서울 패럴림픽에서 시작된 사상 최초의 패럴림픽 성화 불꽃을 30년 만에 이어받고, 북한이 처음으로 겨울패럴림픽에 참가하는 등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띠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함께 되새겨야 할 또 하나의 올림픽이 있다.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스페셜 올림픽 이야기다. 올림픽, 패럴림픽과 더불어 3대 올림픽으로 인정받는 이 국제대회는 올해로 창설 50주년을 맞는다. 다른 올림픽에 비해 짧은 역사는, 그만큼 편견을 극복하는 데 든 노력의 역사가 길었음을 말해준다. 스페셜 올림픽 창안자인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부터가 그 차별의 역사적 산증인이다. 미국 최고 명문 케네디가 출신인 슈라이버는 지적장애인으로 태어난 자매 로즈메리가 가문의 수치로 취급당하다 강제 뇌 수술로 모든 지능과 언어능력마저 잃고만 비극을 목격하며 자랐다. 훗날 슈라이버가 신문에 고백한 이 어두운 가족사는 지적장애에 대한 미국 사회 인식 전환의 분수령이 됐고, 그가 사회사업가로 성장해 1968년 스페셜 올림픽을 창안하는 데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당시 스페셜 올림픽이 발달장애인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전설적 교과서 같은 작품이 있다. 스페셜 올림픽 창설 10주년인 1978년 <시비에스>(CBS)에서 방영된 단막극 <스페셜 올림픽>(원제 ‘Special Olympics: A Special Kind of Love')이다. 발달장애를 지닌 14살 소년 매슈(조지 패리)가 운동에 흥미와 재능을 보이고 스페셜 올림픽 지역 대회에 참가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표면적 줄거리에서 예상되는, 약점과 장애를 극복하고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전형적 스포츠물의 쾌감은 여기에 없다. 드라마는 오히려 그 성취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더디고 힘든가에 더 집중한다. 가령 훈련 과정에서 어제 배운 걸 다 잊어버리거나 똑같은 말을 기본적으로 수십 번씩 반복하게 하는 일은 예사다.
그 지난한 과정의 묘사가 지향하는 것은 결국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기적 같은 성공의 서사가 아니라 그들의 도전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 성취인가를 환기하는 데 있다. 극 후반부, 스페셜 올림픽에 참가한 매슈가 메달을 연속으로 놓치는 와중에 그전까지는 전혀 묶지 못했던 신발 끈을 혼자서 매는 장면이 대표적 사례다. 경기의 승패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도전하는 과정에서 매슈는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장벽을 넘은 것이다. “나는 승리합니다. 그러나 만약 이길 수 없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하겠습니다”라는 스페셜 올림픽 선수 선언 정신의 핵심도 거기에 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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