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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5 19:28 수정 : 2018.05.27 09:36

사진 엔에이치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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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한계취락 주식회사>

지방 대학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미호(마쓰오카 마유)는 도시에서 직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고향에 남고 싶어도 어린이라곤 한 명도 없는 고령화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밭농사뿐이다. 42번째 면접에서 떨어진 뒤,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미호는 그가 생명처럼 여기던 밭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오래전 마을에 물의를 일으키고 집을 떠났던 아버지 마사토(소리마치 다카시)도 다시 돌아와 농사일에 합류한다. 하지만 야심찬 출발이 무색하게도 미호는 곧 존폐 기로에 놓인 마을의 잔혹한 현실과 직면하게 된다.

일본 드라마 <한계취락 주식회사>는 고령화시대가 낳은 여러 사회문제 가운데 지방의 위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한계취락’은 65살 이상 인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심각한 고령화로 공동체 기능 유지가 한계에 도달한 마을을 뜻한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교통,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생활 시스템이 무너지고, 더 심해지면 상하수도, 쓰레기 처리와 같은 공공시설 유지도 힘들어진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한계취락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해 여러 대책이 논의돼왔다.

2015년 방영된 <한계취락 주식회사>는 수십년 축적된 일본 한계취락의 문제들과 실제 극복 사례를 소재로 하고 있다. 드라마 배경인 도마리 마을은 인구 50명 이하의 작은 시골이다. 병원과 상가가 없어진 지는 이미 오래, 이제는 하루 서너 차례 운행되던 버스마저 끊길 예정이다. 인구 과소 문제로 옆 마을과 합병까지 했는데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여기 있는 노인들이 죽으면 이런 마을은 끝’이라는 좌절감에 휩싸여 있다. 절망의 마을이 변화하게 된 계기는 도마리 출신의 경영 컨설턴트 다키가와(다니하라 쇼스케)가 고향을 찾으면서다. 그는 마을을 농장 주식회사로 만들고 직매소 설치, 관광농원 운영, 인터넷 쇼핑몰 구축, 특산품 개발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낸다.

<한계취락 주식회사>는 얼핏 보면 동화 같은 성공기로 다가온다. 실제 극복 사례를 모델로 한 만큼 전반적으로 희망과 낙관이 지배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드라마가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대박신화를 넘어선다. 수익을 강조하던 다키가와가 결국 ‘사람이 우선’이라는 미호의 생각에 설득되는 모습은 이 작품의 주제가 좀 더 근원적인 공동체의 가치와 회복에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한계취락의 비극은 지역의 소멸을 넘어 공동체의 뿌리가 상실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한계취락은 일본의 고령화 속도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우리 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이곳에서는 아직 심각한 위기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국내 티브이에서는 시골을 소재로 한 예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힐링, 슬로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 등을 표방하며 시골의 삶을 트렌디하게 포장한다. 대부분의 시골 예능이 도시인을 치유하기 위한 판타지일 뿐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시골을 찾는 이야기는 늘어가는데 정작 그 안에 시골의 현실이 없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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