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30 10:15
수정 : 2019.12.01 14:45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멕시코 드라마 <티후아나>
주지사 선거를 앞둔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주, 독보적인 지지율 1위 후보는 친노동 성향의 에우헤니우 로블레스다. 역사상 최초의 무소속 주지사 탄생이 임박하자, 진보적인 언론과 시민의 기대는 점점 높아진다. 하지만 선거 며칠 전 로블레스가 의문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 현장에 후보와 동석했던 선거운동 기록 담당 기자 가브리엘라는 탐사전문 언론사 ‘프렌테 티후아나’를 찾아가 사건의 배후를 함께 파헤치자고 요청한다. ‘프렌테 티후아나’ 공동 창업자이자 친구인 이반 로사를 비극적 살인 사건으로 떠나보낸 편집장 안토니오 보르하는 가브리엘라와의 공조로 진실을 추적해 나간다.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멕시코 드라마 <티후아나>(원제 ‘Tijuana’)는 유력 정치인 암살 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좇는 작품이다. 부패가 일상화된 중남미의 현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꽤 흔하다. 당장 넷플릭스에서만도 이 작품에 모티브를 제공한 멕시코 대통령 후보 루이스 콜로시오 암살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또 한편의 멕시코 드라마 <범죄의 기록: 비운의 후보>를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티후아나>가 흥미로운 점은 이런 부패의 역사가 반복되는 결정적 원인 중 하나이면서도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멕시코 언론의 문제를 조명한다는 데 있다.
<티후아나>의 도입부는 충격적이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건 진실한 정보와 언론의 신뢰도”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드라마는 곧바로 이 인물이 ‘프렌테 티후아나’ 공동 창업자 이반 로사이며, 그가 의문의 살인 사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2000년도부터 지금까지 총 116명의 기자가 살해됐다”는 뉴스가 뒤따르고, 후속 보도에서 이 사망자의 수는 점점 늘어난다. 에우헤니우 로블레스 후보 암살 사건 이전에 바로 이 학살과 다름없는 멕시코 언론인들의 비극적 현실이 있었다. 드라마 속 대사를 인용하자면, 멕시코는 유엔에 의해 ‘기자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올해 세계 언론자유의 날을 맞아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세계 언론자유 144위인 멕시코에서는 지난해만 10명 이상의 언론인이 살해됐다.
드라마에서 ‘프렌테 티후아나’ 기자들은 탐사전문 언론이 갈수록 버티기 힘겨워지는 상황에 더해, 말 그대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수많은 언론인이 이른바 ‘기레기’로 불리는 시대에도, 최악의 현실 속에서 언론인으로서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저널리즘 정신을 지키려는 기자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왜 기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대해 “진실을 위해 싸우니까요. 발언권을 뺏기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 정의를 실현할 수 있잖아요”라고 답하는 가브리엘라의 말이, 이 드라마의 가장 뜨거운 장면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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