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4 19:17
수정 : 2006.06.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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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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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가족살림
시쳇말로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세 번 이상 들으면 질리는 법인데 이를 무시하는 주제가 항상 있으니 바로 부동산과 월드컵이다. 요즘에는 ‘버블 세븐’ 논쟁이 한창이고, 주요 언론에서는 부동산 정책에 자신이 없는 정부가 펴는 감정적 수사의 심리전이라고 평가하면서 때아닌 경제심리학 논쟁이 치열하다.
이 논쟁을 통해 부동산의 ‘세븐 스타’ 지역이 탄생하였고, 최근 3년 동안 서울 강남지역은 52.2%, 세븐 스타 지역은 2004년 이후 26.0%가 상승하여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비록 호가 자료이지만 지난 7일 현재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평균가격은 평당 3천만원대로 진입하였고, 도곡동 타워팰리스 단지의 호가 총액은 약 5조7천억원으로 한 아파트 단지의 시가 총액이 종로구, 중구, 은평구 등 구 단위의 시가 총액을 넘어섰다.
또한 우리나라 부동산 총시장가격은 이미 3500조원을 넘어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 778조원의 4배를 초과하여 부동산 거품의 파열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론적으로 부동산가격은 ‘미래의 그림자가 현재에 드리운다’는 말처럼 미래 기대소득의 현재 할인가치다. 그러나 실제 부동산가격은 불완전한 시장구조, 다양한 기대심리, 떼거리 행동(herd behavior), 단기이익추구 성향 등으로 인해 커다란 변동을 보이며 이른바 버블을 형성한다.
국제통화기금의 보고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국의 부동산시장은 20차례의 호황 중 11차례가 거품 붕괴로 이어졌고, 주식가격 폭락에 비해 부동산가격 폭락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2배 이상 크다. 그럼에도 최근 세븐 스타의 버블 논쟁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논의는 철학의 빈곤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요즘 주요 언론은 부동산 조세 및 개발이익 환수 정책과 관련하여 무조건적 실패를 장담하거나 실패하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불로소득에 기반한 소득에 대해 과세하거나 환수하는 것은 건전한 자본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이다. 비노동소득에 기반하는 부의 양극화와 편중은 자본주의의 핵심 토대인 건전한 노동윤리를 심각히 훼손시키면서 사회적 불만 및 패배주의, 심리적 공황 상태를 유발한다.
이와 관련한 몇몇 보수언론의 논조변화는 가히 충격적이다. 1989년 9월 토지공개념 도입과 관련한 사설에서 토지공개념 원칙 유지를 강조한 한 신문은 “재벌, 부동산투기로 유유자적하는 유한계급, 이들을 비호해야 자신도 편하고 이해관계도 지킬 수 있는 정치인들이 각론 반대의 첨병들이다”라는 표현을 썼다. 또다른 신문은 ‘절실한 토지공개념’이라는 제하에 “기득권과 영향력에 따라 갈팡질팡 현실론과 타협하다 보면 개혁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것이고, 그것은 사회의 기대를 기만할 뿐이다”라고 하면서 소유상한 규제와 개발이익 환수로도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같은 신문들의 최근 논조를 보면, 공개념은 일종의 ‘사회주의적 발상’, ‘혁명공약’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고 시장경제에서 부동산투기 소득을 달리 다루어야 할 필요도 없다는 식으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우리나라처럼 언론사가 전국민을 상대로 매일같이 자상한 부동산컨설팅을 해주는 상황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애덤 스미스가 지대소득 계층을 사회의 기생충 같은 존재로 간주하고, 지대소득의 누적적 증대를 경제성장의 근본적 걸림돌로 보았다는 사실을 곰곰이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김용창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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