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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4 22:32 수정 : 2006.06.09 16:36

박종현 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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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는 주식투기로 악명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정·관계의 연줄로 뉴욕증권거래소의 초대 이사장직을 맡았고, 노년에는 대통령 아들까지 둘 수 있었다. 그는 거품의 끝이 언제인지를 알려주는 유용한 ‘경험법칙’을 발견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구두닦이 소년이 주식 얘기를 하는 걸 보고 남들보다 앞서 주식을 처분해 대공황에서도 큰돈을 번 것이다. 객장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속설이나, 끝까지 비관론을 고수하던 애널리스트마저 낙관론자로 전향을 하게 되면 주가가 폭락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비슷한 경험법칙에 속한다.

현시점에서 가장 유명한 비관론자로는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가 있다. 그는 지난달 초,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글로벌 불균형이 질서 있게 해소될 여지가 생겼다며 낙관론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국제통화기금과 선진국들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고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조정도 위기의 가능성을 낮추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비관론자’의 전향 선언이 나온 뒤 전세계의 주가가 폭락했다. 우리나라도 5월 한달간 종합주가지수가 7.2%나 하락했다.

이 사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둘로 나뉜다. 한쪽에는 2000년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은 줄곧 약세장이었으며 지난 3년간의 주가반등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 미국 주택시장 침체, 달러화 약세 등을 목격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도피한 결과 주가가 폭락한 것이라며 이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세계화와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 순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글로벌 경제의 기초여건은 여전히 양호하기 때문에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의 주가폭락은 선진국 자본이 브라질·러시아·인도·한국 등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에서 그동안 확보한 막대한 시세차익 중 일부를 실현하면서 일어난 일시적 조정이므로, 오히려 알짜 주식을 저렴하게 매수할 기회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주가의 향방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다. 위험을 기피하는 방향으로 투자자들의 태도가 바뀌더라도, 신흥시장으로부터 선진국시장으로의 유연한 ‘포트폴리오 조정’ 정도로 정리되리라는 견해가 우세해 보인다. 세계에서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우리로서는 낙관론자들의 전망처럼 된다면 좋겠지만,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외국인들은 지난 4월 말부터 5조원을 훌쩍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위험에 대한 선진국 투자자들의 태도에 큰 변화가 발생한 것이라면 순매도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주식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계기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주식시장을 외면만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답이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수익성 향상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기관투자가가 국내 증시의 안전판으로서 제대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 점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적립식펀드 중심의 간접투자 문화가 튼튼하게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접투자 문화의 정착은 무엇보다도 펀드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에 달려 있다. 사람을 중시하는 혁신지향형 기업들을 발굴·투자하고 그 성과를 고객들에게 돌려줄 새로운 가치투자 펀드들이 잇따라 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종현 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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