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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7 20:54 수정 : 2006.06.09 16:37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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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참여정부는 5·31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으로서 유례없는 대참패를 기록했다. 참여정부의 실정으로부터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민주노동당도 기대 이하로 저조했다. 누구 말대로 선거에서 한두 번 질 수는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한국 사회를 보수의 기나긴 터널로 들어가게 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참여정부와 민주노동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와 고전을 면치 못했던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양자 모두 성장률과 고용의 둔화 등 경기침체와 서민경제의 파탄에 무기력했거나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올 상반기 경기가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였지만 2001년부터 지속되어 온 투자 부진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원화절상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됨으로써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2006년 1/4분기 실질성장률이 전기에 비해 1.2% 증가했지만 주요 동아시아 나라들의 성장률보다 턱없이 낮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폭도 급격한 원화절상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대기업보다 더 극심한 투자 부진을 보이는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의 위안화와 일본의 엔화에 비해 훨씬 가파른 원화절상으로 고사 직전에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투자 증가율의 지속적인 둔화로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투자 부진에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까지 겹쳐 성장 잠재력의 확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금융·정보통신 대국인 미국에서는, 잠재 성장률이 90년대 이후 지속적인 신규 노동력의 유입과 정보통신 투자의 확대로 3%에서 3.5%로 상승했다. 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은 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잠재 성장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도 명실상부한 ‘유연 안정성’ 모델에다 정보통신 관련 투자를 접목시킴으로써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투자 부진과 저출산-고령화로 성장 잠재력의 심각한 훼손에 직면한 우리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안타깝게도 참여정부는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와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참여정부는 원화절상에 따른 제조업의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를 막고자 총력을 기울였다. 그 당시 정부는 원화절상을 억제하려고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는 시장개입을 단행했으며, 달러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국내의 내수산업과 내수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은 오히려 더 억압되고 위축되었다. 불과 1년도 안 되어 참여정부가 서비스산업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 그리고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기반 창출을 위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어느 누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메커니즘과 과정이 제조업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사전 연구는 차치하고, 서비스산업의 실태에 대한 기초조사조차 제대로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감히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선전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 주체들이 면밀한 사전조사와 연구가 빈약한 상태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즉흥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보면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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