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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6 20:33 수정 : 2006.07.16 20:33

박종현 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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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번 청문회는 경제수장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대신 청와대를 성토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집권당이 5월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경제정책의 실패에서 찾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자리를 빌려 지난 3년 반의 ‘실정’을 추궁하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다. 하지만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은 없이 ‘네 죄를 알렷다’는 목소리만 높았다는 점에서 ‘정책청문회’라기보다는 중세의 법정에 가까워 보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된 성토는 동반성장에 맞추어졌다. 이들에게 동반성장이란 평등주의·부자 때리기·세금폭탄·큰 정부·반시장·좌파정책이란 여러 의미를 모두 담는 용어에 다름 아니다. 참여정부가 동반성장 노선을 걸었기 때문에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었고 그로 인해 경제도 나빠졌다는 것이 야당 의원들의 현실인식이다. 동반성장 전략이 정말로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 이름에 걸맞은 정책이 실제로 있었는지, 그것이 어떤 경로를 거쳐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고 중산층의 붕괴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실종된 채, 시장과 기업가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가 나빠졌다는 심리학으로 모든 것을 재단한다. 부총리 내정자의 대답도 비슷한 수준이다. 동반성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면서도, 막상 내용으로 들어가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고 교육과 혁신이 중요하다는 원론적 주장만 되풀이한다. 이 정도 얘기라면 야당과 무엇이 다른가?

더 안타까운 것은 여당 의원들이다. 야당에게는 막연한 비판이더라도 정권을 흠집내는 것이 정치공학상의 ‘합리적’ 전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당은 그렇지 않다. 청와대를 비판한다고 돌아선 민심이 여당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겁한 인상만 줄 뿐이다. 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을 핵심과제로 설정한 게 불과 얼마 전인데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름만 지어진 채 첫 삽조차 뜨지 못한 동반성장 전략을 과연 내던져 버릴 수 있는 것일까?

이번 ‘정책청문회’에서 열린우리당은 대선 때의 약속이 지켜졌는지, 그렇지 못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의 상황에서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을 가능케 할 국가의 백년대계를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참여정부에 대해 민심이 돌아선 것은 개혁의 당위성에만 집착해 시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지도, 제도변화라는 어렵고도 지루한 과정을 무사히 건널 치밀한 실행지도를 준비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부총리 내정자가 대통령에게 코드를 맞추려 한다는 혐의가 주된 관심대상이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관료들이 대통령에게 코드를 맞추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경제관료들의 논리에 포획되었다는 데 있다. 동반성장의 수사학만 제외한다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서 다른 정권과의 차이를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사정이 그렇다면 이번 청문회의 초점은 대통령의 정실인사가 아니라 재정경제부의 검증에 맞추어져야 했다. 재경부는 그동안 수많은 정권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에 관한 한 의제선택에서부터 실제 집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사실상 좌우하는 공룡과도 같은 기관이다. 하지만 재경부 전현직 관료들의 동문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번 청문회에서 자기가 자기를 검증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기대였다.

박종현 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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