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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9 19:08 수정 : 2006.07.19 19:08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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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정보통신(IT) 및 주가 거품의 붕괴로 막을 내린 미국의 ‘신경제’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심각한 경기침체와 고용감소를 겪었다. 하지만 미국은 주택·주가 거품의 붕괴로 10여년의 장기침체에 시달렸던 일본과 달리 비교적 신속하게 정보통신 부문과 주가의 거품을 걷어내면서 2004년 이후부터 다시 성장세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역동적인’ 자본시장과 ‘유연한’ 노동시장이 신속한 거품조정과 경제회복에 기여한 점을 애써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미국 특유의 자본·노동 시장의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2004년 이후 경제회복과 고용창출을 뒷받침했던 주된 요인은 가계의 차입·지출 증대와 주택가격 상승 붐이었다. 특히 2004~05년 주택 붐으로 주택 건설업과 부동산업에서 고용이 크게 증가함으로써 정보통신 거품 붕괴 이후 이 부문의 고용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일부 주 및 지역에서는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해 주택 붐마저 끝났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몇 해 동안의 주택 붐 이면에는 정보통신·주가 거품 붕괴 이후 2001년 l월 이후부터 2003년 6월까지 단행되었던 일련의 금리인하 조처가 결정적이었다. 이로써 연방기금 금리는 역사상 최저인 1%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하 조처는 주식 매입을 위한 차입 부담과 주식 거품 붕괴로 말미암은 기업들의 엄청난 손실을 덜어주려는 것이었지만 실제 그것은 저금리를 통해 기업의 손실과 부담을 가계로 전가한 것과 같았다.

그러나 연준의 저금리 정책은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우선 저금리 기조는 가계차입과 가계적자를 크게 늘렸을 뿐만 아니라 주택가격 거품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둘째, 가계적자 이외에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준의 저금리 정책은 자칫 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초래함으로써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보전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미국은 2004년 6월부터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돌아선 이후 총 17회, 누계 폭으로는 4.25%포인트 인상함으로써 1% 수준의 연방기금 금리를 2006년 7월 현재 5.25%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조지 부시 정부는 수출증대를 통한 경기타개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2002년 2월부터 지난 10여년 동안 유지해 왔던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하고 ‘약한 달러’ 정책으로 돌아섰다. 부시 정부가 취한 약한 달러 정책은 달러본위제로 연결돼 있는 주요 동아시아 나라들에 엄청난 통화절상 압력을 초래했다. 2005~06년에 접어들면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위안화의 추가 절상 및 환율 자유화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도 2004~05년 가파른 원화 절상 압력에 맞서 여러 가지 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도 했지만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해 원-달러 환율이 950원대로까지 크게 떨어지자 ‘환율 조작’ 여부를 감시해 오던 미국 재무부의 경계와 감시태세도 크게 누그러졌다.

요컨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면서도 막강한 금융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는 미국은 금융 자본주의의 위기관리를 위해 항상 대내적으로는 기업의 부담을 다수의 가계로 전가하며 대외적으로는 미국 국내에서 미국과 경제적으로 깊은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특히 동아시아)로 떠넘긴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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