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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3 20:57 수정 : 2006.07.24 11:43

이일영 한신대 교수ㆍ경제학

나라살림가족살림

나라 밖 사정이 심상치 않다. 세계는 지금,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란의 핵개발 추진, 그리고 원유가격의 급등으로 어수선하다. 동북아에서는 북한 문제가 심각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는 이란이 좀더 중요한 문제다. 북한 미사일, 그리고 중동 정세로 인한 고유가의 위기는 동북아 각국에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먼저 미사일 문제다. 돌연한 북한의 시위는 미국·일본의 기존의 태도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대포동 미사일의 실력이 드러난 뒤 미·일은 오히려 여유를 갖게 된 듯하다. 그리고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가 북한에 상당한 타격이 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미·일은 무시와 봉쇄를 적절히 결합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이나 중국과는 달리, 미·일은 북한과 경제관계가 거의 없어 추가적 제재에 나서는 데 추가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북한과 무역·투자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한국의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개성과 금강산에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과 남북 통합의 미래가 걸려 있다. 그러나 긴장이 고조될수록 이익의 확대와 점진적 통합의 가능성은 위협받게 된다.

고유가의 경제효과는 좀더 구조적이다. 동북아에서 고유가에 가장 강한 체질을 가진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1973년 오일쇼크를 계기로 대대적인 조정과 기술혁신을 단행했다. 당시 일본은 가정은 물론 산업에서 에너지 절약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산업구조가 형성되었다. 자동차와 가전이 대표적이다. 연비가 높은 소형 일본차, 전력이 덜 소비되는 일본 전자제품이 세계시장에서 각광받게 되었다.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형성된 ‘자동차왕국’, ‘전자왕국’의 기초는 높은 유가 조건에서 일본에 기회를 줄 것이다.

중국은 좀 더 괴로운 처지다. 중국의 에너지소비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4분의 3에서 이제 3분의 2 정도로 크게 줄었다. 대신 석유 수요가 늘었으나, 국내 공급능력은 한계에 도달했다. 중국은 다칭, 성리, 랴오허 등 대형 유전을 갖고 있으나, 이들은 이미 노후화했다.

중국은 이미 1993년부터 석유 순수입국이 되었고, 낮은 국제 원유가격에 편승하여 고도성장의 길을 걸었다. 에너지 효율보다는 낮은 가격을 우선한 가전제품을 대량 생산·수출했다. 심각한 교통문제에 대해서도 철도보다는 고속도로와 공항 건설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고유가가 장기화하면서 저가격 제조품 위주의 성장방식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제 중국 경제도 체질을 바꾸어야 하나, 전환에는 시간이 걸린다. 당장은 원유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 중국이 원유를 중동지역에 의존하는 정도가 절반에 달해서 수입처를 다각화하기 위해 힘을 쏟는 중이다. 이란, 수단, 베네수엘라, 중앙아시아 등에 접근해 왔으나, 이는 미국 주도의 세계 에너지질서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러시아에 대한 의존성이 커져 교섭의 비대칭성이 증가하고 있고, 일본과의 경쟁도 격렬하다.

중국에도 북한보다는 석유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중국 처지에서 북한과 원유 문제 등 2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미국·일본과 부딪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그래서 유가가 상승할수록, 북한이 긴장을 유발할수록, 북한과 외부와의 경제관계의 혈로는 더 좁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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