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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6 18:13 수정 : 2006.07.26 18:13

김용창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요즘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북한 미사일 문제 등으로 갈 길 바쁜 정부가 아파트 가격 때문에 부녀회와 한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며칠 전 단속현장을 취재한 〈한겨레〉 기사를 보면 “실거래 가격을 공개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사법권도 없는 공무원들이 돌아다니는 게 볼썽사납다”, “강남, 목동도 못 잡으면서 왜 우리를 괴롭히냐”는 등의 실랑이와 핀잔이 난무한 모양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시간이 갈수록 지역과 아파트 규모에 따라 집값 차이가 더욱 벌어지면서 가만히 앉아 상대적인 재산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으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이 문제는 반상회나 부녀회를 기반으로 오래전부터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예컨대 2002년 8월26일 한 신문의 사설에서는 오랫동안 뭉그적거리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방침을 밝히자, “부녀회의 담합이 여론 비판을 받을지언정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조사까지 해야 하는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라고 하는 등 이미 쟁점으로 떠올랐던 사안이다.

아파트는 개별 가구 처지에서 본다면 아주 큰 재산이다. 때문에 집이 있고 없고, 그리고 집값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찍이 영국의 저명한 도시사회학자인 피터 손더스는 주택 보유 형태의 차이가 현대사회의 계급구조 변화, 계층 형성 과정에 미치는 의미를 찾으려고 하였다. 주택 소유의 사회적 중요성은 생산의 사회조직에 뿌리를 두는 계급구분을 넘어선 이해관계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즉 주택 소유는 부를 축적하는 중요한 수단이기에 집이 있고 없는 차이가 정치적 동맹에서도 차별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를 마르크스주의 계급론을 대체하는 ‘주택소유 계급론’이라고 부르고, 가계자산 소유가 뚜렷한 정치세력 형성의 밑바탕이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근의 아파트 값을 둘러싼 이러한 현실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녀회가 사업자가 아니기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했고, 재정경제부는 소비자보호법으로도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참가자들의 시장 점유율 합계가 독과점을 형성할 정도까지 갈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해체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부녀회가 기업은 아니지만 집을 내놓는 일종의 공급자로서 시장에서 결정할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시도이기에 짬짜미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정부의 엄포는 ‘국민 협박성 정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서 성립하는 ‘가격’은 경제라는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지휘봉이라고 불릴 만큼 숭상받고 있는데, 아파트 부녀회가 이를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 제27조 5항에는 거래당사자가 중개업자로 하여금 실제 거래가격으로 부동산 거래 신고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거짓 내용을 신고하도록 요구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중개업자 등’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이긴 하지만 제33조 금지행위 조항에서 중개 대상물 거래상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 언행, 그밖의 방법으로 중개 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처벌만이 능사도 아니고, 이번 ‘전쟁’에 티적거릴 생각은 없지만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 부녀회의 활약을 통해 손더스의 자산계급론이 혹시 입증되는 것이 아닌지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김용창 세종대 교수·부동산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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