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0 20:50
수정 : 2006.08.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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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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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가족살림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제 노릇 못하는 공영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분노가 티브이 시청료 거부운동으로 들불처럼 일어났었다. 20년이 지나 케이블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항의가 심상치 않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영호남 할 것 없이 전국의 시청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케이블 티브이 횡포 전국 대책위원회까지 발족되었다. 시청자들은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의 일방적인 채널편성과 부당한 요금인상 횡포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95년 3월 출범한 케이블 방송은 10년 만에 가입자가 1300만을 넘어 전국 가구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거의 모든 국민이 월 2500원인 티브이 수신료 이외에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 등 별도의 이용료를 내고 유료 티브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출범 초기 케이블 방송은 월 3천∼4천원의 저가형을 중심으로 보급되었는데, 그동안 가격이 원가에 미달할 정도였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요금인상을 넘어 독점 사업자의 횡포로 느끼기 때문이다.
가장 전형적인 요금인상 사례는 시청해 오던 채널이 하루아침에 없어져 지역방송 사업자에 항의하면 윗단계의 패키지에 가입하면 된다고 하는 유형이다. 시청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채널편성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보던 채널을 계속 보려고 하면 50%나 100% 인상된 이용료를 부담하라고 요구한다. 가입자 모집 때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채널의 패키지를 제공하면서 티브이 2대를 볼 수 있었는데, 채널 편성이 바뀌어 항의하자 지금까지 보던 채널을 보려면 월 1만원대의 비싼 패키지를 선택해야 하고 또 작은 티브이도 추가로 50%를 내야 하므로 월 이용료가 3배로 올랐다는 고발사례도 있다.
케이블 방송은 민간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상품이므로 소비자들이 선택하기 나름이다. 가격과 내용이 맞지 않으면 다른 사업자를 선택하거나 케이블 방송을 안 보면 된다. 마땅히 선택할 권리가 시청자에게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현재 케이블 방송 사업자는 전국에 119개가 있다. 한 사업자가 2∼3개 시·군을 맡고 있는 셈인데,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케이블 방송은 독점사업이다. 더 문제인 것은 시청자들이 케이블 방송을 포기할 권리, 다른 것을 선택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케이블 방송을 보지 않고 옛날처럼 지상파 방송만 보겠다는 시청자들이 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쉽지 않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설치되어 있는 공청시설을 지역 케이블 방송 사업자가 무단 점용하였거나 훼손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법률에 의해 공청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고 시청자의 추가 부담 없이 디지털 방송 수신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디지털 방송이 시작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디지털 방송 수신 공청시설을 갖추지 않은 공동주택도 있고, 이 시설들이 지역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에 의해 좌우되는 사례들이 많아, 시청자들이 원한다고 해서 케이블 방송을 거치지 않고 직접 지상파 방송만 수신할 수 있는 권리는 사실상 막혀 있는 셈이다.
거의 모든 시청자들이 독점적인 케이블 방송에 가입되어 있고, 다른 선택도 막혀 있어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라면, 이것은 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독점구조를 경쟁적인 구조로, 또 시청자가 원할 경우 월 2500원만으로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시청자들의 손에 돌려주는 데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발 벗고 나설 때다.
신종원/서울 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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