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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0 20:56 수정 : 2006.09.20 20:56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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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년 동안의 환율관리에 커다란 문제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최근 다시 나온다. 지난주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5년 한 해에만 외국환 평형기금의 적자가 4조6357억원이 증가해 누적적자가 17조8300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액이 2270억달러에 이르러 적어도 예전과 같은 외환 보유액의 고갈로 말미암은 외환·금융위기의 가능성을 걱정할 필요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만 않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막대한 외환 보유액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르는 까닭이다.

지난 3~4년 경상수지 흑자와 자본유입 등 거시 경제적 요인들로 외환 보유액이 늘어났던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현재의 외환 보유액이 적정 수준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실제 현 외환 보유액 규모는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 적정 외환 보유액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보다 적게는 500억달러에서 많게는 1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외환을 왜 이렇게 불필요하게 많이 보유하면서 외평기금의 막대한 누적적자를 겪어야만 하는가? 원화를 달러화에 묵시적으로 연계하여 원화가치의 하향 안정성을 중시해 온 외환당국으로서는 대내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와 자본유입, 대외적으로는 조지 부시 미국 정부의 완만한 약한 달러 정책의 채택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런 대내외적 여건 아래서는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원화가치의 급격한 상승)하는 압력이 발생하여 이것이 교역재 부문 수출 대기업의 수출 증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가 구조적으로 취약한데다 미국의 정보통신(IT)·주식거품 붕괴 이후 대미 수출이 급감하면서 경기침체 압력이 강했던 2002~03년께 정부나 수출 대기업으로서는 원화가치의 하향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원화가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려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대거 매입해야 하는데, 그 매입 자금을 조성하는 기금이 바로 외국환 평형기금이다. 사들여야 할 달러 규모가 워낙 커 달러 매입자금을 확충하고자 외국환 평형기금 채권을 계속 늘려 발행했다. 불행하게도 외평채 발행금리가 외평기금으로 사들인 외화(주로 달러표시) 자산의 수익률보다 더 높아 역마진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었으며, 설상가상으로 달러가 약세를 지속함에 따라 환차손도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또한 한국은행도 원화절상 억제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계속 달러를 매입했지만 달러화 약세로 환차손이 크게 발생하였다. 게다가 한은의 경우 달러표시 대외자산이 계속 늘어나면서 통화증발이 압력이 커지자 이를 상쇄하고자 막대한 규모의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이자부담이 가중되었다.

요컨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외국환 평형기금 누적적자의 확대와 한은의 적자 문제는 정부가 환율방어를 통해 수출 대기업에 이익을 몰아주었던 대기업 편향적 정책의 산물이다. 더 중요하게는 대기업의 고용 흡수력이 극히 취약한데다 대기업 수출 증대의 국내 파급 효과가 크게 약화한 시점에서, 외환당국의 무분별한 환율방어 정책은 외국인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수 재벌의 대주주와 외국인 투자가들만 살찌우는 데 비해 환율방어에 따른 외평기금의 누적적자와 한은의 적자는 국민의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과연 참여정부가 서민경제를 윤택하게 했는지 다시 생각해 볼 대목이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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