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0 18:51
수정 : 2006.10.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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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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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가족살림
북한의 핵실험 결행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 불안심리가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사태 전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것이다. 가뜩이나 국내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대처에 따라 북한 핵실험의 경제적 파장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현명하게 대처해 나간다면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다. 세 가지가 긴요하다.
무엇보다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투매에 나서는 등 패닉(공황상태)에 빠져 허둥지둥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설사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부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우리들까지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대기업들이 불안심리를 이용하여 투자를 담보로 개혁을 후퇴시키려 하는 것만큼은 삼가야 할 것이다.
물론 증가된 전쟁 위험에 합리적으로 대비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전쟁 위험의 증가는 미미할 뿐이다. 사실 북한의 핵실험은 단지 시간 문제였지 거의 기정사실이 되어 있었던 일이다.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미사일 발사 이후에는 핵실험밖에 없었고, 협상보다는 제재를 통한 압박이라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실험 결행으로 사태가 악화한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며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무슨 극적인 변화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리라는 추정도, 북-미의 대결과 긴장도 이미 오래된 사실일 따름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없다. 미국의 대북 공격을 막아온 것은 우리 정부의 반대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북한의 반격으로 말미암은 피해가 너무 커 보인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이러한 계산이 미국 쪽에 유리하게 변할 리는 만무하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성명도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미국은 외교적 해법 약속을 계속 지킬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그렇기에 ‘스탠더드 앤 푸어스’ 등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들도 북한의 핵실험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에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둘째로 필요한 것은 안보위기에 대한 대처에 있어서 초당적 협력이다. 외부에 위협이 존재하는데 집안싸움에 몰두하는 것은 꼴도 사납거니와 위험을 배가시키는 일이다. 정부 여당은 야당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야당들은 안보위기 상황을 정쟁의 소재로 삼아 정치공세를 펴는 일은 삼가야 한다.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당이 치열한 정책 대결을 벌이면서도 북아일랜드 문제만큼은 공개적인 논쟁을 피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들이 북아일랜드 문제의 해법에 대해 견해가 일치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은 뒤에서 조용히 타협하고 조율하되 적어도 겉으로는 일치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외교다.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국면이 되었지만 북한에 퇴로를 열어주지 않고 압박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군사제재에 대해서는 확고한 반대 자세를 견지하는 한편 6자 회담을 비롯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협상의 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설사 북한이 제재 강화에 대한 반발로 약간의 도발적 행동을 하더라도 냉정을 유지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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