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1 18:21
수정 : 2006.10.11 18:21
|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
나라살림가족살림
주주 중시 기업경영이 국내에서 급속히 확대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도 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는 계속 뜨거운 논쟁의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향후 국내외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계속 주요한 문제로 등장하게 될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나라마다 그 이유는 다를 수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대체로 1930년대 이후부터 70년대 말까지 억눌려 있었던 주주의 이해와 권력이 최근 다시 급격히 복원·강화되고 있다는 점과 긴밀히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회사의 주인이 주식을 보유한 주주라고 보는 관점에서 이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경향으로 간주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주 편향적이고 위험한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21세기 금융자본주의하에서 상장기업의 주주는 유동성을 추구하는 유동적 주주이기 때문에 주주에게 특유한 위험부담이 예전보다 훨씬 약해졌다. 다시 말해 현대 유동적 주주는 언제든지 보유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위험을 전가하거나 회피할 수 있다. 게다가 자본시장의 유동화와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극단적으로 강화됨에 따라 주주의 위험부담이 기업의 또다른 이해당사자인 종업원들에게 쉽게 전가됨으로써 오히려 종업원들의 위험부담이 더 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주주만이 기업에서 유일하게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통제권이 주주에게 부여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상대화될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주주에게만 통제권을 부여하면 필시 기업의 통제와 감시에 구멍이 생기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주주를 위해 주주 가치 극대화 내지 금융 수익성 극대화의 목표로 경제적 부가가치(EVA)라는 기준이 제시되는데, 이는 시장에서 평가된 자본비용보다 높은 수익률이다. 바로 이 때문에 주주는 잔여적 채권자라기보다는 시장수익률 이상을 보장받는 특혜적인 채권자로서의 성격을 띠게 된다. 특히 이윤 중에서 배당으로 돌아가는 몫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짐으로써 주주의 리스크가 상당히 약해졌다. 이상과 같은 점에서 볼 때 주주의 권한이 법적으로나 계약상에서 보장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주주 가치 극대화 내지 주주 중시 기업모델에서는 주주에 의한 이사회 통제가 가장 바람직하고 이사회의 규율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 이사회를 주주 이외의 다른 이해당사자에게 개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주주 중시 기업모델에서는 집행이사회든 감독이사회든 이를 주주 이외에 다른 이해당사자, 즉 노동자대표 등에 개방한 스웨덴, 독일, 북유럽 기업의 이사회 모델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일부에서는 90년대 미국 경제의 양호한 경제적 성과를 주주 중시 기업모델(미국)의 최종 승리로 이해하면서 회사법에서 ‘역사의 종언’을 선언하기도 했다.
종업원 말고도 기업의 주요한 이해당사자에 소비자, 하청업체, 지역사회, 채권자 등이 있지만 기업이 오로지 주주 가치 극대화만을 목표로 운영되면 종업원 이외에 많은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권리가 훼손되거나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따라서 종업원의 고용안정, 지역사회의 활성화나 환경보호 등 주요 사회·환경적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자면 주주 중시 기업모델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 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기업모델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