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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9 18:47 수정 : 2006.11.29 18:47

김용창 세종대 교수·부동산경영학

나라살림가족살림

떠돌이 사회가 지나고 정주사회가 자리 잡으면서 집은 재산을 축적하는 수단인 동시에 권력과 권위와 으스대기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집은 그동안의 각종 분양비리 사건과 최근의 우리 사회에서 보듯이 지나치면 금방 재앙 덩어리로 돌변한다. 태양왕이란 호칭과 베르사유 궁전으로 유명한 절대주의 시대의 전제군주 루이 14세 시절, 재무장관 니콜라 푸케는 3개 마을을 부수고 지은 자신의 대저택인 ‘보 르 비콩트’ 성을 자랑하는 잔치를 벌이다 왕의 노여움을 사 공금횡령죄로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내고 재산을 몰수당하였다.

재앙이 닥친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이 심리적 공황에 빠져 망연자실한 이때에, 대통령 선거진입을 알리는 눈에 띄는 풍선 하나가 만들어졌다. 바로 아파트를 반값에 제공한다거나 신혼부부에게 아파트를 마련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말로 집값이 대폭 떨어지기를 바랄까’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해본다. 얼핏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을 모두가 바라고 있는 것 같지만 우스갯소리로 우리 사회는 집값이 올라야만 먹고 살고, 직업을 갖고, 조직을 유지하고, 매출을 올리는 집단과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막상 집값 떨어뜨리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보자고 하면 그렇게 못한다는 말도 공공연하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작심하고 집값을 크게 떨어뜨리고자 한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글쓴이는 11월24일치 〈한겨레〉 ‘왜냐면’이라는 지면에서 집값 인하를 위한 유기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상품이 일반적인 임대주택과 달리 건물을 팔고 토지를 빌려주는 ‘토지임대·건물분양’ 상품이다. 온전하게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넘겨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반값에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안정적인 거처를 마련하는 데 초기 비용이 싸지기 때문에 고려해봄 직하다.

그러나 건물임대료든 토지지대든 소비자가 매월 부담해야 하는 사용료가 비싸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택건설 원가를 절대적으로 낮추어야 한다. 정부는 응급 대책으로 용적률 상향 조정 및 녹지 확보율 축소, 기반시설 설치비의 국가재정 투입을 통해 25% 정도 분양가를 낮추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방법은 현재의 높은 분양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다. 특히 특정지역, 그것도 수도권의 편익을 높이는 데 중앙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가뜩이나 지역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는 판국에 사리에 맞지 않다.

택지개발 단계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법적인 근거가 없거나 모호한 상황에서 부과하는 각종 부담금을 신규 입주자에게 모두 떠넘기는 구조를 개선하여 지자체와 입주자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 재산세를 국세가 아닌 지방세로 한 취지가 바로 그것인데다, 새도시가 들어서면 해당 지자체는 엄청난 재산세를 계속 거두는 이득을 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택지원가를 낮추고, 건축단계에서는 껍데기뿐인 분양가 상한제를 개혁하고, 분양단계에서 채권입찰제를 개선하면 30% 이상의 분양가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방식을 추가한다면 정말로 아파트 반값 공급이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초 분양자의 개발이익을 제거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 오면 ‘아파트 반값 공급’이 화두가 될 것이고, 저마다 적임자임을 내세울 것이다. 방법이 없어 못한 것은 아니므로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단순한 공약 놀음으로 끝나지 않고 진정성을 갖추길 바랄 뿐이다. 재앙이 닥치고 ‘부동산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 진정한 사회적·정치적 합의를 보아야 한다.

김용창 세종대 교수·부동산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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