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0 18:17
수정 : 2007.01.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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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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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가족살림
2007년은 앞으로 한국 사회의 향배와 관련해서 아주 커다란 의미를 갖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우선 올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20년을 맞이하는 해다. 87년 민주화 대투쟁과 군부독재의 해체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소중한 성과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민주화 세력의 지지로 탄생한 참여정부는 이땅의 서민들과 중산층에게 민주화의 실질적 성과를 온전히 되돌려주는 데 실패했다. 고용이 지금처럼 불안한 적이 있었던가? 또 20대 청년들이 오늘날처럼 취직하기 어려웠던 적이 있었던가?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이 지금처럼 무참히 뭉개진 적이 있었던가? 민주화의 열망이 서민과 중산층들에게 절망의 한숨으로 돌아오는 연유는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은 올해 2007년이 갖는 두번째 의의와 직결된다. 모두 다 아는 바와 같이, 올해는 97년 외환·금융위기를 겪은 지 10년이 되는 해다. 우리는 외환·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음과 동시에 그들이 요구하는 혹독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해야만 했다. 이런 구조조정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 기획예산처 등 금융·재정·경제정책 관료들이 주도했다. 그 결과 우리 사회경제 내에 고도의 유동성을 지향하는 자본금융 시장과 수량적 유연성만을 지향하는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장기제가 전면화하는 대신 관료개혁은 생색내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수 재벌을 음양으로 지원하는 이들 관료들이 재벌개혁을 주도했을 때 어떤 성과가 나올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국회의 극소수 의원, 일부 시민단체만이 이들 관료들을 비판하고 견제했을 뿐, 노동계, 여타 시민단체, 진보적 학계 등은 전문역량 부족과 관련 부문에 대한 정보 접근의 제약 탓에 이 관료들을 제대로 견제하거나 감시하지 못했다. 요컨대 민주화가 진행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한국 사회와 경제는 경제관료들 손에 좌지우지돼 왔다고 판단된다. 아직도 한국 사회는 고위 경제관료가 일개 은행장과 공모하여 은행을 외국 투기자본에 팔아넘기려 해도 별문제 없이 넘어갈 수도 있었던 취약한 사회다. 그런 전력의 은행장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한국투자공사 사장에 취임해 정부의 동북아 금융중심 구상 실현을 위한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던 것은 아무리 보아도 블랙 코미디였다.
결국 외환위기와 함께 국정에 참여했던 민주화 세력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핵심적인 정책을 전부 전문 관료들에게 맡긴 채 주변에서만 겉돌고 말았다. 이와 함께 민주화 세력 중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적 지지 세력이든 전면적 비판 세력이든 가릴 것 없이 모두 역량 부족으로 민주화 이후 실질적 민주화를 경제부문의 각 제도영역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참여정부가 초기 지지세력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한 채 사면초가와 진퇴양난에 처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07년은 이런 민주화 세력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수구보수 및 중도보수 세력에 권력을 넘겨주게 될지가 판가름 나는 대통령 선거 해이기도 하다. 정권 재창출에 급급해 지난 10년을 치열하게 반성하지 않는다면, 설사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수준이 개선되기를 바라기는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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